차규근측 위법 방어 보고서에도 "김학의 긴급 출금 불가능"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해 2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등을 브리핑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해 2월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등을 브리핑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규근 본부장이 이끄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2019년 3월 2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출금) 이틀 뒤 위법성에 대한 방어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입국본부는 당시 보고서에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이규원(43) 검사는 긴급 출금 요청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고 봤고, 긴급 출금 대상을 '범죄 피의자'로 한정한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법적 논란이 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 검사의 요청으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를 집행한 당사자인 법무부 출입국본부조차 조치가 위법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차규근 출입국본부장은 이 같은 내부 보고서에도 유령 내사사건 번호가 기재된 긴급출금 사후 승인요청서를 결재한 장본인이었다. 당시 결재라인에 있었던 출입국정책단장은 끝까지 결재를 거부했다.
 
1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106쪽 분량의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서에는 증빙 자료로 출입국본부 출입국심사과 간부 A씨가 긴급출금 조치 이틀 뒤인 2019년 3월 25일 작성한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 원문이 고스란히 첨부돼 있다.
 
A씨는 보고서에서 김 전 차관의 인적사항과 당시 긴급 출금 진행 상황을 한 페이지로 요약한 뒤 별도로 3 페이지에 걸쳐 법적 쟁점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과 파견 이규원 검사가 긴급 출금을 요청할 수 있는지 ▶김 전 차관이 출입국관리법령 상 긴급 출금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 등을 따진 것이다.
 

①대검 조사단은 수사기관? "정식 수사기관으로 보기 어려워"

보고서는 가장 먼저 '수사기관'만 긴급 출금 요청이 가능한데, 이 검사가 파견된 대검 진상조사단을 수사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했다. A씨는 보고서에서 "대검 진상조사단은 정식 수사기관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진상조사단 단독명의로 출금이 불가능하다"며 "대검 내지는 서울동부지검장과 같이 정식 수사기관의 장의 명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문제는 긴급 출금 요청과 승인요청서 모두 당시 수사기관장의 관인이 없는, 결재를 받지 않은 파견 검사 단독 긴급 출금 요청이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최초 요청 시 담당 검사(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직무대리라고 본인의 직함을 병기했고, 3시간 후 긴급 출금 승인요청 시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동부지검장' 명의로 변경됐다"며 "긴박했던 상황 등을 고려해 이는 단순 절차상 형식적 하자로 실제로는 진상조사단과 동부지검 내사로 사실상 동시 진행되던 사건에 대한 적법한 조치라고 주장해 볼 수 있다"는 일종의 방어 논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방어 논리대로 2년 뒤 법무부는 지난 12일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JTBC 캡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JTBC 캡쳐]

②이규원 검사 독자적 신청 가능? "단독 신청 불가능"

긴급 출금 주체와 관련해 두 번째 쟁점은 출입국관리법에는 '수사기관'이 긴급 출금 요청이 가능한데 시행령(대통령령) 긴급 출금 절차에서 '수사기관의 장'이 가능하다고 한 경우 수사기관 단독으로 긴급 출금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검토 결과는 '수사기관의 장'만 긴급 출금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시행령에서 주체를 '수사기관의 장'으로 절차적으로 제한한 이상 수사기관 단독 신청은 불가능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실제로 수사기관 모두의 신청권을 인정한다면 사실상 독립관청으로 운영되는 검사 개개인의 독립적인 출금 신청을 허용하는 것이 돼 수사기관의 장이 할 때와 달리 수사관청 내부 자정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③무혐의 사건으로 긴급 출금 가능? "검사 요청받은 우리는 적법"

법무부는 김 전 차관이 긴급 출금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이 검사의 최초 요청서에서 과거 무혐의 결정을 받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를 기반으로 행해진 조치가 적법한 지가 쟁점이었다. 
 
A씨는 "과거 무혐의가 확정된 사건에 기한 긴급 출국금지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출입국 관리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형사사건 번호만 보고 해당 사건의 종결 여부를 바로 알 수 없었던 점 ▶법무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필요하면 재수사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점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을 재기수사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검찰이 직접 긴급 출금을 요청한 점 등을 거론하며 "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이규원 검사의 요청이 적법하다는 게 아니라 검사 요청으로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을 집행한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행위는 적법했다는 주장이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④긴급 출금은 '피의자'만 대상? "김학의는 광의의 범죄 피의자"

긴급 출금은 '범죄 피의자'에게만 가능한데, 당시 수사가 아닌 조사 대상이었던 김 전 차관을 피의자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봤다. 여기서도 "출입국 공무원 입장에서 김 전 차관을 광의의 범죄 피의자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출입국 관리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형사사건 번호(실제론 무혐의 사건)를 보면 당연히 피의자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고, 비수사기관인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내사도 수사의 일부로 볼 수밖에 없어 피내사자와 피의자를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유사한 출금 제도 대상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정해 피내사자를 포함하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의견을 남겼다. 
 
다만 "일반적인 출금 대상과 달리 긴급 출금 대상은 '범죄 피의자'라고 다르게 규정한 법문의 취지를 고려할 때 피내사자에 대해서는 긴급 출금은 명시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못 볼 것도 아니므로 향후 이 부분의 법리 논쟁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