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는데 왜 팔아? 12월 주택증여 급증

지난해 12월 주택 증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 늘어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을 팔기보다는 증여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주택 소유주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등) 증여 건수는 2471건으로 집계됐다. 증여 취득세 강화 직전 6500건까지 급증했다가, 강화 이후 1000건 아래로 내려간 뒤 다시 크게 늘었다. 12월 증여 건수로 역대 최대다. 월간 200건 아래로 내려갔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증여 건수도 지난해 12월 631건으로 급증했다.
 
다시 증가하는 증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시 증가하는 증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는 올해부터 다주택자 종부세와 양도세를 대폭 올렸다. 그러면서 올해 납부 기준 시점인 6월 1일 이전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강화를 6월 1일 이후로 유예했다. 또 증여 쏠림을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증여 취득세율을 3.5%에서 12%로 대폭 올렸다. 그런데도 매도보다는 증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집값이 많이 올라 증여세보다 세율이 높은 양도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여 취득세율이 올라갔지만 임대보증금 등을 채무로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를 통하면 증여 금액이 줄어 증여세뿐 아니라 증여 취득세도 낮출 수 있다.
 
도곡렉슬 전용 59㎡ 증여 비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도곡렉슬 전용 59㎡ 증여 비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종필 세무사가 시세 19억원인 강남구 도곡동 전용 59㎡ 도곡렉슬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9억원 임대보증금 채무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를 하는 3주택의 경우 양도세가 6억5000만원이고 총 증여 비용(증여세, 채무 양도세, 증여 취득세)은 6억2000만원으로 양도세가 더 많다. 3주택보다 양도세 세율이 10% 포인트 낮은 2주택자의 경우엔 비슷했다. 채무 없이 증여하면 증여 취득세가 1억4900만원인데 부담부증여로는 6700만원으로 절반도 안 된다. 채무 금액에는 증여 취득세율이 아닌 일반세율(3%)이 적용돼서다.  
 
김종필 세무사는 “증여 비용이 양도세보다 아주 많이 들지 않으면 대개 집값 상승을 기대해 증여를 원한다”고 말했다.
 
‘패닉 바잉’ 30대 증여도 가장 많이 받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패닉 바잉’ 30대 증여도 가장 많이 받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증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양도차익 10억원 초과 양도세 세율이 42%에서 45%로 올라가 10억원 넘게 오른 집의 매도가 더 불리하다. 또 지난해 임대주택사업자제도 변경으로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돼 세제 혜택이 사라진 주택들에서 증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서울에서 말소된 주택이 14만2000가구다. 이우신 세무사는 “집값이 뛰고 세제가 계속 강화되면서 증여 시기가 빨라졌고 증여를 받는 연령도 내려갔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