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준비했다, M&A 더 늘린 10대 기업

국내 10대 기업(증시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10대 기업의 M&A에서 키워드는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였다. 미국의 기업통계 업체 캐피탈 아이큐(Capital IQ)의 자료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10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러시아에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사들였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구체적인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시총 10위 기업 인수합병 기업 및 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총 10위 기업 인수합병 기업 및 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최원표 파트너는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게 인상 깊었다”며 “기존에 없던 신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3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TV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유럽 전기차 시장이 확대할 것으로 보고 LG화학이 선제 투자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여성 의류 쇼핑몰(립홉)을 포함해 게임개발사와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정태경 세한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수는 기술 선점을 위한 것으로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전자책 출판사와 드라마 제작사 등을 사들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골프장 건설업체 가승개발도 인수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VX가 2012년부터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골프장 건설업체 인수로 시너지(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M&A 실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미국의 모바일망 설계 전문기업인 텔레월드 솔루션을 인수한 게 유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하는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 일본의 제약회사 다케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권을 사들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수합병은 기업 의사 결정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등으로 삼성은 굵직한 의사결정을 할만한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파트너는 “삼성은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보긴 어렵다”며 “지난해 상황을 놓고 일반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M&A 시기는 1분기에 집중됐다. 황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분기와 3분기에는 기업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며 “(지난해) 4분기에는 백신 개발 소식 등으로 기업이 인수합병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비한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경련은 내다봤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지난해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 거래금액은 47조6000억원으로 2019년(41조4000억원)에 비해 15%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상황에도 기업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