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판결문 잉크도 안 말라” 강경론 속 사면 불가피론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14일 더불어민주당에선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우상호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당내 86그룹과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반대론이 거셌다.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근혜 국정농단의 핵심은 권력의 사유화와 남용”이라며 “진솔한 반성과 사과에 기초한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사면이 추진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판결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고 쓴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향해 “화가 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종 형량 확정

박근혜 전 대통령 최종 형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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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사면론을 쏘아올린 이낙연 대표가 명분으로 제시했던 ‘통합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민주당에서 사면을 옹호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 등 야권이 제대로 된 반성·사과는 무시한 채 대통령 결단만 촉구하며 들끓으니 우리는 그걸 받아줄 수가 없다. 되레 사면에 대한 반감만 커진 것 같다”고 했다. 5선의 안민석 의원도 “사면 이야기는 더는 꺼낼 필요가 없다”며 “두 전직 대통령 사과를 전제로 국민의 의사를 보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거친 분위기에서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면론을 제기했던 걸 거론하면서는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해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고,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 했다. 작심하고 사면론을 꺼내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위축된 모습이었다.
 
이 대표 주변에선 “대표 임기 중 사면을 공식 건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한 측근은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을 제시했지만 시기상 조금 빨랐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전혀 교감 없이 사면을 꺼냈을 리 없다. 문 대통령의 판단을 속단하면 안 된다”는 반론이 없지는 않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오랫동안 복역하고 있다. 임기 내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끌고 가는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판결에 대해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 안팎에선 국민 통합을 내세우며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 이제는 국민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썼다. 박근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 온 그는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 왔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건 없는 사면이 국격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의원은 2년여 수감 후 풀려났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해 80세, 박 전 대통령은 69세다. 수감시설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사면의 결단을 내리라”고 가세했다. 
 
심새롬·현일훈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