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속한 원전 수사·감사로 낯 뜨거운 정쟁 끝내야

이낙연 대표를 필두로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 공격에 나섰다.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문제를 앞세워 부실 감사로 몰아붙이면서다. 지난해 정부의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을 밝혀낸 감사원이 지난 11일 에너지·전력계획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까지 착수한 사실과 맞물려 다시 정쟁이 거칠어지고 있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논란은 2019년 4월 월성 원전 내부 지하수 배수로 주변의 고인 물에서 기준치의 18배에 이르는 수치가 나왔다는 내용의 보도로 촉발됐다. 사안의 심각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원자력 전문가인 KAIST 정용훈 교수가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1년 피폭량을 “바나나 6개 또는 멸치 1g 섭취 수준”이라고 설명하자 여야가 멸치·바나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은 긴급 대응에 나설 사안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그래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안전성 진단에 나서자는 의견을 낼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안을 두고 부실 감사라며 감사원을 압박하는 건 부적절하다. 감사원 감사 대상은 원전의 경제성 조작 여부였다. 안전성은 별개 사안이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설 땐 대상과 기간을 정해 진행한다. 그런데 왜 안전성 감사를 안 했느냐고 추궁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검찰 개혁을 외칠 때마다 인권 침해의 대표 항목으로 내세우는 ‘별건 수사’ 악습을 감사원 감사에까지 강요하는 꼴이다.
 
현 정부가 유독 원전 이슈만 불거지면 기이한 행태를 보여왔기에 의심이 더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월성 원전 관련 파일을 444개나 삭제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그런 행동을 한 이유로 ‘신내림’ 운운했다는 얘기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의 변호를 맡던 사람을 법무부 2인자(이용구 차관)에 앉혔다. 수사 총책임자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징계를 강행해 법원으로부터 두 번이나 훈계를 들었다. 이젠 ‘별건’으로 감사원을 비난한다.
 
전력은 국가의 미래와 시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대한 정책이다. 탈원전 강행으로 관련 기업이 벼랑에 몰렸고 태양광 붐이 일었다. 화력발전 연료인 LNG 가격이 올라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일련의 변화가 잘못된 정책 결정에서 비롯된 결과라면 빨리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검찰과 감사원이 서둘러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산자부의 증거 인멸이 드러난 마당에 여권이 또 다시 진상 규명을 방해한다면 그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안전 문제는 별도 조사로 위험성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성격이 다른 두 문제를 섞어 국민을 현혹시켜선 안 된다. 신내림·멸치·바나나 같은 단어로 희화화하기엔 원전이 우리 앞날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