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해제하는 건 북핵 묵인 수순"

“지난 3년간 3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지만 현시점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단 한 개도 줄어들지 않았다. 심지어 비핵화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비영리연구모임 공감한반도연구회는 15일 ‘북한 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지난 35년간 6차례 이상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상당한 대가를 얻었지만 단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회는 또 “북한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화했듯 북한 핵전력은 지속해서 증강되고 있다”며 “북한은 이미 한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을 실전 배치했다”고 평가했다.
 
공감한반도연구회는 통일 한반도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설립된 연구 모임이다. 이번 보고서 작성엔 연구회 대표인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조태용·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김성한 고려대 교수,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박철희 서울대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북한 당대회 참가자들, 투쟁노선·과업 관철 강습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13일 평양에서 강습 모임을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조용원·박태성 당 비서가 나와 당대회 결정을 해설했다. 2021.1.14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nk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북한 당대회 참가자들, 투쟁노선·과업 관철 강습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13일 평양에서 강습 모임을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조용원·박태성 당 비서가 나와 당대회 결정을 해설했다. 2021.1.14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nk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연구회는 북한 핵무기 개발의 공세적 측면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 보유→한반도의 정치·군사적 상황 주도→한·미동맹 와해→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공세적 의도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회는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집착을 지적하며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남북 간 군사균형은 미국의 핵우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북한 쪽으로 현저히 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뭄 속 단비’ 바이든 행정부 출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연구회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오는 20일 출범을 앞둔 것에 대해 “한·미동맹 강화가 절실한 한국에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벤트성 만남에 치중했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북한과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의 핵 문제를 ‘군축(군비 축소)’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북한 핵 문제를 군축의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핵 군축과 경제 제재 해제를 맞바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회는 “북한으로서는 핵무기를 보유하더라도 국제적 대북제재를 받지 않기 위한 핵보유국 인정 내지는 묵인이 필요하다”며 “결국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는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수순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축적 접근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섣부른 대북 제재 완화에 반대한다”고 재확인했다.
 

1차 과제는 “한미동맹에 기초한 미국 핵우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9일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연구회는 한·미동맹 및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북핵 억제를 위한 1차 과제로 봤다. “북한이 미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미국이 뉴욕·LA를 포기하면서까지 서울을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위해 한·미 간 ‘확장 억제 전략 고위급 회의(EDSCG)’ 재가동을 제안했다. EDSCG는 한·미 양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목표로 2016년 출범시킨 협의체다. 또 동해 상에 핵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이를 한·미 양국이 공동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핵우산의 신뢰성은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비례한다”며 “바로 이 점이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특별한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한국도 핵무장해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연구회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장 시도에도 한국은 비핵화 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 역시 북핵 대응의 필수적 요소라고 봤다.  
 
연구회는 “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해지는 마지막 시점까지 한국은 비핵화 노선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한국이 비핵화 노선을 견지하는 전제들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핵무장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회가 언급한 ‘최악의 상황’은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사라지고, 북한 핵무장이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연구회는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한·미동맹을 통한 협상력 제고와 억제력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