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휴대폰 유족에 넘긴 서울시 "법률검토해보니 증거인멸 아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휴대전화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폰을 최근 명의변경을 한 다음 유족에게 전해준 것이 알려지면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15일 서울시의 휴대폰 반환에 대해 “증거 인멸”이라고 하자 서울시는 “법률 검토 결과 증거인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원순 '업무용 폰' 서울시 "내부 절차대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시장의 휴대폰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휴대폰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피소 사실이 알려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직후 경찰이 입수한 것은 박 전 시장이 사용하던 휴대폰 한 점. 업무용 휴대폰으로 서울시 소유지만 성추행 사실을 밝힐 유일한 증거물이었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사망 직후 휴대폰을 사용 중지 처리를 했다고 한다. 기기 할부금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통상 업무용 휴대폰으로 인정되면 소유권은 서울시가 갖고, 휴대폰 기기 대금과 이용요금을 서울시가 납부한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수사가 이뤄지면서 휴대폰은 사건의 진실을 밝힐 유일한 단서로 부각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사망과 함께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경찰은 서울시에 휴대폰을 받아가라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시는 유족으로부터 휴대폰 반환 요청을 전달받고 법률 자문을 거쳤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률 자문 결과 서울시에서 점유할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시는 명의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갖춰 유족을 만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남아있던 전화기 할부금을 유족이 한 번에 납부하기로 하고 명의 이전 절차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 주장에 “말이 안 되는 논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명의 이전'에 대해 서울시는 “내규에 따랐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근무와 함께 자기 소유의 기기를 서울시 명의로 이전하고 통신요금 등을 지원받다가 퇴직 시에 본인 명의로 다시 이전해주는 내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 퇴직자에도 모두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의 유족에게만 특별대우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휴대폰은 공유재산에 해당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내부 규정이나 자치 법규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증거 인멸' 논란에 대해 “말이 안 되는 논란”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이미 성추행 의혹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해 절차대로 유족에게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휴대폰에는 개인 공용 기록과 개인 기록이 섞여 있는 것으로 공용폰이라 하더라도 통화내용 등을 서울시가 보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미 수사기관에서 들여다봤기 때문에 유족에 반환한 것은 증거인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시의 이런 해명에도 박 전 시장의 휴대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박 전 시장이 비서였던 A씨에게 속옷 사진과 함께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가 좋다’ 등의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A씨가 다른 부서로 옮겨간 이후에도 박 전 시장이 ‘남자를 알아야 시집갈 수 있다’고 하거나 ’성관계를 알려주겠다’고 문자를 보냈다는 점을 들어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이 박 전 시장 체제에서도, 서정협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성폭력 대응 의지는 없고 말로만 해왔다는 점을 확인해줬다”고 비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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