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천공항청장이 해당 조치의 위법성을 인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이례적인 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법무부 출입국정책단장도 가짜 내사사건 번호가 기재된 긴급 출국금지 승인요청서 결재를 회피했다. “적법했다”는 최근 법무부 해명과 달리 당시 법무부 내부에서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긴급 출금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청장은 한 발 빠져 있었다”
이런 보고 과정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출입국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보다 직급이 더 높은 인천공항청장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과 의논해가면서 일 처리를 해야 했지만, 출입국 기록 조회 등 집행 과정에서 한 발 빠져있었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안 인천공항청장이 ‘본부에 직보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렸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검찰 수사에서 성폭행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2019년 3월에 대검 진상조사단이 꾸려지면서 재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 당시에는 정식 수사에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다. 때문에 공익신고자는 민간인 신분인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기록을 법무부 직원들이 조회하는 것은 불법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출입국 업무를 오래 담당한 공무원이어서 당시 조치가 위법한 일임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개입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련 의혹의 진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차 본부장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음을 양해해달라”고만 답했다. 인천공항청장 역시 취재진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연합뉴스
출입국정책단장도 사후 승인요청서 결재 회피
차 본부장이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을 승인한 이틀 뒤 출입국본부는 위법성 여부를 검토한 방어 보고서도 작성했다. 당시 출입국심사과의 한 직원은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대검 진상조사단은 정식 수사기관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진상조사단 단독 명의로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지난해 4월 9일 서울 서초구 고검에서 '단기사증 효력정지, 사증면제협정 및 무사증입국 잠정 정지 조치 시행'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급 출금 요청 전인데…법무부 직원 나서고, 언론에도 보도
당시 이 검사가 긴급 출금 요청서를 접수하기 전부터 일부 언론에서 김 전 차관의 출금 관련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첫 보도는 22일 오후 11시 36분쯤부터 시작됐다. 김 전 차관의 출국이 저지된 23일 오전 0시 10분보다 앞선 시점이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법무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지난 12일 단 한 차례 “적법한 조치였다”고 해명한뒤 침묵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 검사는 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었다”며 “당시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김 전 차관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