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떠나도 트럼피즘은 남는다…탄핵안, 상원 벽 못 넘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상원 탄핵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상원 탄핵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재임 4년간 온갖 관례를 깨며 파격을 선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임기 종료를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며 재임 중 두 번 소추를 당한 첫 대통령이 된 것이다. 
 
공은 탄핵심판을 맡는 상원으로 넘어갔다. 민주당과 공화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각각 정치적 계산에 분주한 가운데 미국 정치 역시 한동안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지만 트럼피즘이 일으킨 파문은 워싱턴 정가에 그대로 남는 셈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조나선 웨일러 노스캐롤라이나대(정치학)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탄핵이 실제로 이뤄질지, 차기 행정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었다. 그는 2009년 공저『미국 정치에서의 권위주의와 양극화(Authoritarianism and Polarization in American Politics)』를 통해 일찌감치 미국 정치의 양극화 현상을 파고들어 주목을 받았다.   
 
웨일러 교수는 인터뷰에서 상원의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까지 모두 실제로는 탄핵 정국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탄핵을 현실화할 만큼 충분한 정치적 동력이 모이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런 어정쩡한 결론 속에서 트럼프 현상을 만든 정치적 분열 양상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로선 과거 심판보다 '일상의 회복'에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이란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나선 웨일러 노스캐롤라이나대(정치학) 교수

조나선 웨일러 노스캐롤라이나대(정치학) 교수

 
상원이 탄핵 심판에서 유죄 평결을 내릴까.
"아닐 것 같다. 유죄가 되려면 공화당 상원의원 50명 가운데 17명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야 한다. 리사 머코우스키(알래스카), 밋 롬니(유타), 수전 콜린스(메인), 벤 새스(네브래스카) 등 몇몇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10여명을 더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원에서는 반란표가 10표나 나왔다. 기류가 바뀌지 않을까.
"10명은 공화당 하원의원 전체(211명)의 5%다. 탄핵 과정에서 부각이 되긴 했지만 절대적으로는 적은 수치다. 트럼프는 여전히 지지 기반이 두텁다. 의원들은 탄핵에 동참하면 다음 선거 때 예비 경선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자리보전이 탄핵 사유보다 중요하다."
 
트럼프가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되면 힘이 확 빠질 텐데.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다. 공화당은 탄핵 문제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유죄 평결을 내리면 문제를 계속 살려두고 논쟁적으로 만들게 된다. 그냥 모두 예상하는 대로 표결하고, 무죄 평결 내리고, 덮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의원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탄핵에 찬성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실제로 하원 표결 후 살해 협박을 받은 의원들이 있다. 방탄복을 산 의원도 있다. 비밀 투표라면 50~60명 의원이 추가로 탄핵에 찬성했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상원 통과 가능성이 적은 건 민주당도 알 텐데, 노림수가 뭔가.
"정치적 계산으로 민주당에 불리한 게 하나도 없다. 당 전체가 탄핵을 원하고 있고, 내란 선동한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 반면 공화당에는 매우 불편하고 어려운 투표다. 당 내부가 어떻게 갈라져 있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민주당엔 쉽고, 공화당엔 어려운 건 민주당이 당연히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탄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 출범 초기 국정 어젠다를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든에게는 시간이 없다. 트럼프 재임 4년에 지친 국민에게 바이든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내년 중간선거 전까지 구체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 경기부양법안, 장관 인준 등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길 원한다. 의석이 50대 50인 상황에서 공화당 협력이 필요하므로 탄핵을 둘러싼 갈등은 최소화하고 싶어할 것이다."
 
하원이 두 번 탄핵했지만, 상원이 두 번 무죄로 판단하면, 민주당은 실패한 거 아닌가.
"미 역사상 4번째 대통령 탄핵이다. 앞서 3번 모두 상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의원의 3분의 2 찬성이라는 높은 장벽 때문이다. 헌법 제정자들이 의도한 것이다. 탄핵은 비범한(extraordinary) 상황에 대한 비범한 구제책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수당이 쉽게 끌어내릴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기대치의 문제다. 국민이 상원 통과를 기대했는데 안 되면 민주당의 실패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트럼프의 결정적 패착을 꼽는다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제기했고, 거기에 망신스럽게 패배했으면서도 끝까지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 바람에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에서 2석을 모두 민주당에 내주고, 상원 다수당 지위까지 잃었다. 둘째는 지난 6일 폭도들에게 의회를 공격하라고 부추긴 점이다. 그러니 전미제조업협회 같이 매우 보수적인 단체까지 트럼프를 규탄하고 나섰다. 불공평한 선거였지만 졌다고 인정했으면, 적어도 정치적 유산(legacy)은 더럽히지 않고 공직 재출마 기회도 더 컸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면 트럼피즘도 막을 내릴까.
"감정적으로 깊이 분열된 나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충성파가 다른 정치인에게로 옮겨갈 것인가, 더 극단적으로 변할까, 아예 정치에 관심을 끄게 될까, 트럼프가 아닌 누군가가 트럼피즘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정확한 답을 모른다. 트럼피스트가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답을 안다고 말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다만, 당내 극우파가 사라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의 공화당이 아닌, 정통 공화당은 부활할 수 없나.
"신중하고, 공명정대하고,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공화당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공화당은 트럼프가 나타나기 전부터 수년째 길을 잃었다. 트럼프는 하나의 증상이자 정점일 뿐이다. 훨씬 더 깊게 뿌리내려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게다가 지금은 1980년대에 없었던 우파 미디어가 있다. 과거에는 모두 CBS, ABC 등 현실에 기반을 둔 뉴스에서 정보를 얻었다면, 지금은 미국인 수백만 명이 극단적인 미디어를 이용한다."
 
그러면 바이든은 '국민 화합과 치유' 공약을 달성하기 어려울까.
"미국인들이 얼마나 빨리 일상을 되찾을 수 있나에 달렸다. 트럼프는 '혼돈의 원인'이라면 바이든은 정반대다. 그걸 사람들이 선택했다. 6개월 뒤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고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삶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화합과 치유라는 바이든의 메시지는 훨씬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바이든은 탄핵보다 국정과제 수행에 더 관심 있나.
"그는 진심으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그만 죽기를 바랄 것이다. 과학에 기반을 둬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를 하루빨리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그의 정치적 관심은 오로지 '성공'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평가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미국 민주주의의 훼손을 걱정한다. 회복할까.
"헌법에 따른 선거, 평화로운 정권 교체나 패자의 승복을 이제는 당연히 여길 수 없을 것 같다. 3~4년 뒤 민주주의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대선 불복이 트럼프 한 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말인가.
"트럼프라는 사람의 일회성 사건일 수도 있다. 걱정스러운 건 그런 트럼프를 있게 한 분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자기 이익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정치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게 그들 전략의 일부 같다. 불신을 심고, 회의감을 갖게 하고, 정부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믿게 해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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