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도 선택한 독일…‘라셰트’ 메르켈 뒤 이을까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신임 당 대표에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총리가 선출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조를 잇는 라셰트 후보의 당선으로 독일은 당분간 메르켈의 중도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아르민 라셰트 기독민주당 부당수 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대표가 2017년 뮌스터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아르민 라셰트 기독민주당 부당수 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대표가 2017년 뮌스터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진행된 독일 기민당 대표 선거에서 라셰트는 대의원 1001명이 참여하는 2차 투표 결과 과반인 521표를 얻어 상대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466표)를 꺾고 당선됐다. 1차 투표 때까지만 해도 메르츠 후보(385표)가 라셰트(380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224표)보다 우세했지만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어 열린 2차 투표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이날 라셰트는 당 대의원들을 향해 “우리는 명확하게 말해야 하지만 극단적 대립을 해서는 안 된다”며 “독일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단결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이 메르켈 총리를 훌륭하게 생각하고 기민당을 이끌어오는 동안에도 신뢰를 보냈다. 그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중요한 선거가 아직도 우리 앞에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정책 기조를 이어 다가오는 연방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총선 앞두고 당 대표 오른 라셰트…새 총리 유력해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이을 기민당 총재로 16일(현지시간) 당선된 아르민 라셰트 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가 지난해 2월 10일 아헨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이을 기민당 총재로 16일(현지시간) 당선된 아르민 라셰트 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가 지난해 2월 10일 아헨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오는 9월 26일 열리는 총선에서 기민‧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하면 라셰트는 여당의 당수로 현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커진다. 16년간 장기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앞서 2018년 10월 기민당의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여성 국방부 장관 출신인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전 기민당 대표가 메르켈의 후계자로 점쳐졌지만, 2018년 선거 당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야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2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결정했다. 
 
중도 우파로 평가받는 라셰트는 2015년 메르켈 총리가 수십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을 때도 찬성 의견을 내며 메르켈의 지지를 얻었다. 라셰트가 이번 선거에서 당초 차기 당 대표로 유력했던 메르츠까지 넘어서면서 당내 입지와 확장성을 모두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메르츠는 2000년 기민당 대표직을 두고 메르켈과 경쟁하던 인물로 난민포용 정책 등 메르켈의 진보 성향 정책을 비판하며 당내 보수파들의 지지를 얻었다. 독일 유력 여론조사 기관인 포자의 대표 만프레드 귈너는 “라셰트 선출 덕에 기민당은 녹색당에 제1당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기사당 협의, 코로나 극복…차기 과제

마르쿠스 죄더 기독사회당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라셰트 후보의 당선 소식을 축하하며 "함께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마르쿠스 죄더 기독사회당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라셰트 후보의 당선 소식을 축하하며 "함께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남은 문제는 기민당의 자매 정당인 기사당과의 협의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35~37%로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나 녹색당, 좌파당보다 높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함께 구성해온 기사당이 동의할 경우 라셰트는 총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간 대체로 다수파인 기민당에서 총리가 선출됐지만, 기사당을 이끌고 있는 마르쿠스 죄더 대표가 여론 조사에선 1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는 “기사당의 마르쿠스 죄더 대표가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의 여론 조사 또한 그가 가장 인기 있는 총리 후보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기민·기사당 연합 내 원로로 꼽히는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하원 의장이나 랄프 브링크하우스 원내대표 등은 최근 지지도가 급상승한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을 총리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도 넘어서야 할 과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민당의 최근 좋은 여론 조사 결과는 팬데믹을 대처하는 메르켈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날 전당대회는 독일 정당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독일은 최근 누적 확진자가 200만명을 넘어서며 오는 19일 16개 주지사 회의를 조기에 소집해 봉쇄 조처 추가 강화를 검토한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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