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1층 상가와 2억 지하상가 세금이 같다고?…가격공시제 논란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경기도 A시 번화가에 있는 신축 복합상가 1층의 거래가 15억원짜리 매장의 시가표준액(부동산에 대한 지방세 책정을 위해 정부가 기준으로 설정한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손님들의 접근성이 높아 이 건물에서 가장 비싸지만, 시가표준액은 크게 낮다. 경기도 B시 구도심에 있는 오래된 상가 건물의 지하층 매장 시세는 2억6000만원이지만, 시가표준이 1억9000만원인 것과 대비된다. 두 매장의 소유자가 내는 세금은 차이가 거의 없다.
 

대도시 비주거용 고가 부동산 세금 논란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에 “비거주용 부동산 가격공시제를 조속하게 시행해달라”고 건의한 이유다. 경기도가 지난해 4~12월 한국부동산연구원에 의뢰해 '비주거용 부동산의 시세반영률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도시에 있는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500억원 초과 비주거용 일반부동산의 시세반영률은 55.5%, 50억원을 초과하는 비주거용 집합부동산의 시세반영률은 53.5% 수준이었다.
 
2018년 신축된 성남시 분당구 지상 15층~지하 7층 업무용 빌딩은 매매가가 3660억원이지만 과세표준은 1835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50.1%였다. 대도시인 성남 분당(일반 61.5%, 집합 51.2%), 안양 동안(일반 60.6%, 집합 50.8%)의 시세반영률은 오히려 8개 도시 전체 평균(일반 66.0%, 집합 58.3%)보다 낮았다. 비주거용 집합부동산의 경우 층별 시세가 다른데도 지상 1층의 시세반영률은 23.9%, 지하층은 130.7%로 큰 편차를 보였다.
 

이재명 "세금이든 배분이든 공정해야"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비주거용 부동산에는 공시가격이 없기 때문으로 이런 차이가 난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행정안전부의 건축물 시가표준액을 기준으로 각 시군이 재산세 과표를 고려해 세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현행 건축물 시가표준액 기준은 건물의 층별 효용도, 임대료 수준 등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시세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행정안전부에 현행 비주거용 부동산 건물과표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시가표준액 산정기준 개선을 요청했다. 또 경기도 자체적으로 건축물 시가표준액을 수시로 조정해 형평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공정이 불평등과 격차, 갈등과 좌절을 만든다”며 “세금이든, 비용이든, 기회든, 배분이든 반드시 공정해야 한다”고 썼다.
 

가격 공시제 적용으로 임대료 오를 수도 

그러나 일각에선 경기도의 건의가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주거용 부동산에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금이 올라가면 그만큼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6년 비주거용 부동산도 공시가격을 발표하도록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지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