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오 ‘박원순 정책 뒤집기’ 경쟁…‘MB 뉴타운’ 부활하나

기자
허진 기자 사진 허진 기자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중앙포토]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중앙포토]

 
뉴타운 정책이 9년 만에 부활을 하게 될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유력 주자가 너 나 할 것 없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서울시 주택 정책이 반전하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택 물량을 늘리겠다”며 공급 확대를 강조함에 따라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공급 확대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 정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2년 시작됐다. 단순히 주택뿐만 아니라 도로와 같은 공공 기반 시설까지 계획에 포함시켜 도시를 변모시킨다는 정책이지만 큰 틀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의 원활한 추진이 핵심이었다. 
 
뒤이어 취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번지면서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집은 있지만 가난한 사람)’가 속출해 뉴타운 사업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서울 도심의 오래된 집을 새 집으로 단장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컸던 사업이다.
 
그러나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사실상 뉴타운 사업을 전면 중단시켰다. 취임 석 달 뒤인 2012년 1월에는 ‘뉴타운·정비사업 신(新) 정책구상’을 통해 “임기 내에 새로운 뉴타운 지정은 없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의회 보고서 “정비구역 해제로 24만8893호 공급 차질”

 
결과적으로 이러한 선택은 현재 서울의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는 주요한 원인이 됐다. 박 전 시장 취임 8주년 즈음이던 2019년 11월 한국주택학회가 서울시의회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 전략의 한계 및 개선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2~2018년 해제한 주택 정비구역은 모두 393곳이었다. 이 곳에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됐을 경우 2014~2024년 착공됐을 주택 수는 24만8893호였다. 보고서는 “서울시 권역별 미착공 물량의 영향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었다. 보고서 발표 시점보다 1년 2개월이 더 흐른 현재 공급 부족으로 인한 서울시 집값 상승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객관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이른바 ‘안·나·오’는 모두 재건축·재개발의 신속한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7일 선거에 뛰어든 오 전 시장은 출마 선언 장소로 성북구 장위동 인근의 북서울 꿈의 숲으로 잡았다. 장위동 일대는 2014년 10월 뉴타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던 곳이다. 오 전 시장은 “잘 되던 뉴타운이 박원순 전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탄압 정책으로 중단된 상태에서 머물고 있다”며 “전임 시장의 실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안·나·오, 박원순의 도시재생 사업 비판

 
박원순 전 시장이 뉴타운 대신 중점을 뒀던 도시재생 사업도 파고들고 있다. 뉴타운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사업이라면 도시재생은 오래된 건물이라도 다시 쓰임새 있게 고쳐쓰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18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도시재생 사업 현장을 찾았다. 이곳을 둘러본 나 전 의원은 “서계동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예산이 너무 낭비되고 있다”며 “예산 투입에 비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았다. 좁은 골목에 소방차도 들어가지 못하고 화재가 나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친 나경원(앞줄 왼쪽 두 번째)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 등록을 마친 나경원(앞줄 왼쪽 두 번째)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도시재생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전 시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택난 대참사가 벌어진 게 사실은 서울시 발(發)”이라며 “주택 공급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도시재생이라는 것을 도입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도 전날 서울 종로구 사직 2구역 재개발 추진 현장을 방문해 “이렇게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도시재생만을 고집하다 보니까 오히려 주민들이 불편함은 물론 안전까지도 위협받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범여권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새 집을 얻는 집주인도 있지만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세입자는 일터와 더 먼 곳으로 살 곳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추가 분담금이 필요해 집주인이더라도 자금이 부족한 원주민은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경우도 많다.
 

정의당 “뉴타운 부활,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것”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골자로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뒤인 지난 14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시대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선언”이라며 “결론적으로 이명박 시절 실패로 귀결된 ‘뉴타운’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새로운 부동산 정책은 결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뉴타운 어게인’ 또는 ‘빚내서 집 사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주거 취약 계층에게 좀 더 많은 주거보조비를 지원하고 공공주택을 대폭 확보·공급해 서민의 주거 안정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