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어금니 2개 나갔다" 그래도 버티는 카페 사장님

코로나19로 카페 운영에 압박을 받은 나씨는 지난달 초 어금니 2개를 발치했다. [나씨 제공]

코로나19로 카페 운영에 압박을 받은 나씨는 지난달 초 어금니 2개를 발치했다. [나씨 제공]

“어느 순간 치아가 흔들리더라고요…”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나모(40) 씨는 최근 어금니 두 개를 뽑았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카페 걱정에 잠을 설치길 수개월째.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치과에서 발치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목디스크 재발로 보호대를 찬 채 손님을 맞았다. 코로나와 맞닥뜨리며 쌓인 스트레스는 내 몸에 독이 되고 있었다.
 

회사원 10년 뒤 창업…그런데, 코로나가 왔다

지난해 3월 나씨는 청계천 근처에 프랜차이즈 카페 지점을 열었다. 10년이 넘는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 출발을 했다. 오피스 상권인 데다가 전에 있던 카페가 매일 100만~12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던 곳인 터라 기대가 컸다. 오전 7시 30분에 카페 문을 열어 오후 7시까지 음료를 팔았다. 직장인이 모이는 시간대에 집중했고 주말에는 청계천을 찾는 관광객을 기다렸다. 카페 문을 열기 전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연일 들렸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했다.
 
 

감면,대출,지원…도움은 받았지만

그러나 수도권에 코로나19가 엄습하면서 나씨의 카페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됐다. 회사 사무실로 단체 주문 배달에 나섰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어 이조차 힘들어졌다. 임대인이 한 달 임대료를 감면하고 매달 100만원씩 월세를 줄였다. 그러나, 4분의 1로 줄어든 매출 감소 타격은 컸다.
 

회사원 아내도 카페에 투입

결국 주말엔 문을 닫기로 했다. 평일 카페 운영시간을 줄일 순 없었다. 상권이 침체해 보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나씨는 직원 대신 시간제 근무자를 고용하는 고육책을 꺼냈다. 아르바이트생이 못 나오는 날에는 회사원인 아내가 휴가를 내고 카페 일을 돕기도 했다. 은행에서 가까스로 받은 추가 대출과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카페를 포기할 순 없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하면서 나씨가 운영하던 카페내에선 취식이 금지됐다. [나씨 제공]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하면서 나씨가 운영하던 카페내에선 취식이 금지됐다. [나씨 제공]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되면서 나씨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사계절을 함께 버틴 주변 카페들이 3차 대확산에 하나둘씩 백기를 들었다. 가족과 직원에게 조금만 버티자고 말하던 나씨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카페를 포기할 순 없었다. 오랜 기간 품은 커피에 대한 애정, 만만치 않은 투자비…. 만감이 교차했다. 어떻게든 카페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에 피벗(Pivot·구상한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피벗으로 마지막 승부수

개업 1주년을 앞두고 나씨는 5년간 맺었던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만의 카페를 열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코로나 상황을 참작해줬다. 가맹 수수료 부담을 덜고 커피 원재료를 직접 구해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그동안 확보한 단골과 커피 감별사 자격증 취득이 그의 피벗에 힘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8일 중앙재난방역대책본부는 그동안 포장과 배달 영업만 가능했던 전국 19만개 카페에 매장 영업을 허용했다. 식당처럼 카페에서도 밤 9시까지 매장 내에서 취식할 수 있게 됐다. 나씨는 “상황은 조금 나아지겠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진 안심하기 이르다”고 했다. 이어 “피벗은 카페를 지키려는 마지막 시도에요. 꼭 이겨낼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