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영업 풀었다 철회한 대구·경주, 방역 혼란만 불렀다

대구·경주가 자체적으로 완화된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급히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자체가 정부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보건당국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 한 탓에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홀로' 영업연장 발표했다가 철회

대구시는 지난 16일 노래연습장과 식당 등의 영업시간을 두 시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오후 9시 이후 영업중단 조치’ 등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날 대구는 감염자 수가 다소 안정세를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정부 방침보다 완화된 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구에 이어 경주시도 17일 식당·카페 등의 영업을 오후 11시까지 허용한다고 밝혀 혼란이 가중됐다. 논란이 커지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7일 브리핑에서 대구를 겨냥,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유감을 표했고 이후 지자체에 협조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대구·경주는 지침 적용 하루 전날 공식 발표한 방침을 철회했고 해당 지자체 주민들은 오락가락 방역 대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하는 손영래 사회전략반장. 연합뉴스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하는 손영래 사회전략반장. 연합뉴스

 

"상황 공유 부족, 컨트롤 부재"

이런 소동을 두고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가능한 빨리 거리두기를 완화해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텐데 중요한 건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수도권에서의 유행이 끝났다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환자가 떨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는 언제든 코로나가 유행할 수 있고, 방역당국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올바른 가이드를 주는 것이 필요한데 충분히 못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컨트롤타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결국 중대본의 조정 능력이 떨어졌다는 얘기”(정기석 한림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라고 지적했다. 
카페 등 다중 이용시설 이용 완화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한 직원이 매장내 카페에서 테이블을 소독하며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카페 등 다중 이용시설 이용 완화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한 직원이 매장내 카페에서 테이블을 소독하며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런 엇박자 행보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서울시가 룸살롱 등 유흥시설에 내린 집합금지 명령을 독자적으로 해제하고 집합제한 명령으로 완화해 혼란을 줬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정보 공유가 잘 안 되고 딴 목소리를 낸 점이 당국의 신뢰를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방청 신설" 주장도  

 
지자체장에 권한이 있는 만큼 향후에도 이런 일은 또 벌어질 수 있다. 지자체들이 규제를 강화할 때보다 완화하겠다고 나설 때 우려가 더 크다. 자칫 위기 인식에 다른 메시지를 주면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백형기 중앙사고수습본부 생활방역팀장은 “어차피 정부 방침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지자체에 공문을 내릴 때 모든 지자체가 지킬 최소한의 조항에 대해 더 명확히 알리고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이 컨트롤타워로서의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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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철 교수는 “이런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것은 중앙과 지방의 협력체계가 행정적으로 아직 갖춰져 있지 않아서”라고 지적하면서 “질병관리청 산하에 지방질병청 조직을 갖춰 통일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에 권한 주고 문제 삼는 것 납득 안 돼" 

다만 정부가 ‘주의’란 단어를 쓰고, 지자체에 방침을 번복하도록 하면서까지 조치를 따르도록 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감염병예방법상 지자체장도 중앙정부와 동등한 조정 권한이 있고, 현행 거리두기 체계 내에서는 3단계를 제외하면 지자체별로 지역 상황 등에 따라 보다 강화, 완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할 수 있어서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가 생존권보장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가 생존권보장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최재욱 교수는 “지역에서 상황에 맞춰 완화할 필요성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권한을 준 것인데 이를 갖고 뭐라고 문제 삼는 게 이상하다”며 “지역 상황은 지역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융통성을 갖고 하라는 건데 막연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풍선효과를 이유로 들어 안 된다고 하면 전 지역을 다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밀집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후 11시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감염 위험 관리 측면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따져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비교되니까 괜히 트집 잡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나름의 전문가 자문을 거쳐 위험도를 평가해 결정 내린 건데 절차를 문제 삼아 번복하게 한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중앙포토

권영진 대구시장. 중앙포토

권영진 대구시장도 17일 늦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억울한 입장을 하소연했다. 권 시장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조정 가능하다는 정부가 정한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라 결정했다”며 “인접 자치단체인 경상북도와 협의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실무자가 주의니, 유감이니 하는 납득할 수 없는 표현으로 엇박자를 낸 것처럼 발표한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고 썼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