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베껴 신인상 휩쓴 男, 이번엔 유영석 가사 베껴 대상 받았다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두 팔을 하늘 높이/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닫힌 성문을 열면/간절한 소망의 힘 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
 
대상작 '하동 날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대상작 '하동 날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 가사는 '하동 날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제6회 디카시 공모전' 대상에 선정됐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를 합성한 단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에 5행 이내 시를 적은 창작 형태를 말한다.  
 
이 상을 받은 이는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손모씨. 그러나 알고 보니 이 글귀는 가수 유영석이 1994년에 발표한 '화이트'라는 곡의 가사 후렴구로 드러났다. 함께 제출한 사진 역시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디카시 홈페이지 캡처

디카시 홈페이지 캡처

 
당선 취소 소식을 들은 손씨는 되레 "글은 5행 이내 시적 문장이면 될 뿐이지 본인이 창작한 글이어야 한다고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노래를 인용했다"고 반박했다.  
 
손씨는디카시연구소 사무국장과 주최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어 2월 초 통영에서 재판이 예정돼 있다.  
 
디카시연구소 측은 “‘공모전’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창작’을 전제로 하는 문학 대회”라는 입장이다.  
 
가수 유영석도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손씨는 앞서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를 제목까지 그대로 베껴 5개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한 전력이 있다.  
 
김 작가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소설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고, 도용한 분이 지난해 5개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적었다.  
 
김 작가는 손씨가 자신의 소설을 구절이나 문단 일부를 베낀 수준이 아니라 그대로 갖다 붙이는 수준으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이렇게 베낀 글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휩쓸었다.  
 
손씨는 '2020포천38문학상' 최우수상을 받은 직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장 사진과 함께 "난 작가도 소설가도 아닌데"라고 적기도 했다.  
 
손씨는 18일 SBS와의 전화통화에서 “돈도 필요했다. 잘못했다"며 표절을 시인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