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밤 장사’ 바의 한숨 "획일적 영업 규제로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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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사진 김대영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03) 

1월 16일 오전 11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판단이겠지만, 자영업자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특히 바를 운영하는 이들의 한숨은 더 컸다. 오후 9시 영업 제한이 2주 더 연장됐기 때문이다. 보통의 바가 오후 6시 이후 오픈하는 걸 생각하면, 하루에 최대 3시간만 장사를 하는 셈이다.

 

오후 9시에 나가야만 했던 서울 마포의 싱글몰트 바. [사진 김대영]

 
낮에 영업하는 일반 음식점과 밤에 영업하는 일반 음식점은 영업제한으로 받는 타격이 현격히 다르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 백반집은 1시간만 덜 팔면 되지만, 오후 6시에 문을 열어 다음 날 3시에 문을 닫는 바는 6시간을 잃는다. 하지만 같은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똑같다. 밤에 영업을 길게 한다고 해서, 술을 주로 판다고 해서 차별받아야 하는 걸까.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낮보다 밤엔 훨씬 강한 걸까.
 
주변에 바를 운영하는 사람의 악전고투를 들으면 눈물겹다. 남의 가게 음식을 받아 배달하려고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돌리는 사람, 아예 가게 문을 닫고 택배업에 뛰어든 사람, 그리고 폐업을 고민하거나 이미 폐업을 한 사람…. 우리의 저녁 9시 이후를 즐겁게 했던 사람이 쓰러져간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의 밤은 누가 위로해줄 것인가.
 

살아남기 위해 배달과 택배에 뛰어든 바 종사자가 많다. [사진 pixabay]

 
어느 술집 사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집합 제한 업종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해야 한다면 집합 제한 업종분야별로 다른 제한을 적용해야 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하루에 6시간이면 6시간 자영업자에게 아침이면 아침, 저녁이면 저녁, 새벽이면 새벽에 영업을 할 수 있는 탄력 영업을 제안한다”며 “업종별로 피크시간이 전부 다 다른데 무조건 9시 이후 집합 금지는 업종에 관한 차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업종분야별 다른 집합 제한 적용 청원글 [사진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학원, 헬스장, 노래방, 카페, 종교 시설은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으로 조건부 영업이 허용되거나 운영이 완화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일해야 할 시간에 일을 못 하는 ‘밤의 자영업자’의 고통을 그만 외면하면 좋겠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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