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반품' 논란에 입 다문 文···'정인이법' 등 속전속결 처리

“제3회 국무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탕!탕!탕!)
 
19일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이 15글자가 전부였다. 통상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핵심 메시지를 담은 발언을 공개했던 전례와는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제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없이 안건을 진행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제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없이 안건을 진행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침묵’ 속에 시작된 이날 국무회의는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자녀 체벌의 근거로 여겨진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 공포안과 함께였다.
 
공교롭게 입양 문제는 전날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핵심 논란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회견에서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한 대책을 설명하면서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다”며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야당을 비롯해 입양단체와 국민적 반감을 샀다. 아동을 돌려보내는 파양(罷養)을 대책으로 제시했다고 해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회견 3시간만에 문자 공지를 통해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기자실을 찾아와 “양부모의 동의 아래 관례적으로만 활용했는데 이제 입양 특례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파양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지만 논란은 진화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면서 논란에 대해 직접 발언을 피한 셈이 됐다.
 
대신 강 대변인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관련 해명을 이어갔다.
 
강 대변인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회견)답변은 대통령이 혼자 구상을 한 것”이라며 “구상한 내용을 대통령의 정치 언어로 회견장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이날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인이의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뉴스1

13일 오후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의 사진이 놓여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이날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인이의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뉴스1

 
강 대변인은 이어 “(야당이) 오해를 상당히 강하게 한 것”이라며 “아동을 대상으로 해서 ‘반품’이라느니 너무 심한 표현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의도나 머릿속에 ‘아동반품’이란 의식 자체가 없다. 어떻게 (야당이) 그런 발상이 가능했는지 오히려 궁금하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재차 “그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표현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느냐”고 물었지만, 강 대변인은 “전체 맥락을 보면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왜 모두발언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별도 설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날 국무회의는 현안 관련 부처 보고를 듣는 자리였다"며 "아동 관련 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침묵으로 시작된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정인이법’을 비롯한 법률공포안 13건 등이 1시간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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