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산으로 가는 코로나 기원 조사…조사범위 놓고 美·中 신경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찾는 현장 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지만, 조사 범위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최초 확산지로 지목되는 우한 수산시장. [중국 환구망 캡처]

코로나19 최초 확산지로 지목되는 우한 수산시장. [중국 환구망 캡처]

 
18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WHO 국제조사팀은 중국 당국의 비자 문제 제기에 입국 절차가 지연되다 지난 14일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도착했다. 지금은 현장 조사를 앞두고 2주간 격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사단의 연구 범위와 일정은 아직 불확실하다. 
 
이날 가렛 그리스비 미 대표는 조사단에 더 광범위한 접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람과 우한시장에서 채취한 동물, 환경 샘플에 대한 모든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며 “유전자 데이터 비교 분석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촉발한 기원을 찾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사팀이 지난 2019년 말 바이러스가 처음 출현한 당시 간병인, 이전에 감염된 환자, 실험실 종사자 등을 인터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주 대표 역시 “조사팀이 자료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미중 무역협상장의 모습. 지난 14일 시작된 코로나19 기원 조사에서 미국과 중국은 조사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연합뉴스]

지난해 8월 미중 무역협상장의 모습. 지난 14일 시작된 코로나19 기원 조사에서 미국과 중국은 조사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연합뉴스]

 
이들이 우한과 관련한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란 판단에서다. WHO는 앞서 지난해 2월과 7월 조사팀을 중국에 파견했지만 중국 보건 당국의 만류로 우한 현지에 가지 못하고 베이징에 발이 묶였다. 그 사이 현장인 우한 수산시장 등은 여러 차례 소독됐고,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들도 모두 병원을 떠났다. 중국 당국의 협조 없이는 첫 현장 조사가 아무 소득 없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전방위 조사 요구에 중국은 ‘정치적 압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쑨양 대표는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 성질의 것”이라며 “조정과 협조가 필요하다. 어떤 정치적 압박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방역 전문가들은 오히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유입을 가능성을 중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양잔추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는 2019년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언급하며 “우한에 온 미군 대표단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에 퍼뜨렸다는 추측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디로 여행을 갔는지에 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우한 최초 환자 10여명에 대한 종합적인 역학조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란 보장이 없다”면서 “바이러스의 기원을 완전히 규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른 환경에서 두세 번, 네 번 시도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5일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 우한(武漢)의 대형 물놀이 공원인 마야 비치파크에서 열린 공연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8월 15일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 우한(武漢)의 대형 물놀이 공원인 마야 비치파크에서 열린 공연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준비 및 대응을 위한 독립적 패널’(IPPR)은 18일 WHO와 중국의 늑장 대처가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을 키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IPPR은 “분명한 것은 중국의 중앙과 지방 보건당국이 1월에 공중보건 조치를 더 강력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WHO도 코로나19 긴급위원회를 지난해 1월 22일에야 소집하고,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도 늦게 했다”고 비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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