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입양발언 논란 뒤 나온 '사전위탁제'...정부 "제도화 추진"

18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경찰은 이날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해 당초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검찰과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다.연합뉴스

18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경찰은 이날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해 당초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검찰과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다.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입양 전 위탁’(사전 위탁보호)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결연을 맺은 아동을 양부모가 될 가정에서 일정 기간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간은 대개 6개월이다. 그간 이 제도는 입양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정부는 양부모의 학대·방임으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의 필수 요건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19일 사전 위탁보호제를 포함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현장 대응력을 높이려 인력·교육시간을 두배로 늘리고, 가해자로부터 분리된 피해아동을 보호할 쉼터도 추가 신설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끝부분에 입양과 관련한 대책도 포함됐다. 예비 양부모를 결정하는 결연부터 적격성 심사, 결연 등 입양 전 과정이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사전 위탁 

국내 입양은 수십년째 민간기관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복지부는 올 1분기 안에 입양특례법을 손봐 입양체계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꿀 방침이다. 와중에 주목받은 게 사전 위탁보호다. 제도화만 되지 않았지 상당히 뿌리내렸다. 
 
사전 위탁보호를 둘러싼 의견은 갈린다. 찬성쪽은 “문턱을 낮춰 입양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쪽은 “‘입양 쇼핑’을 조장한다”고 맞선다.
 
익명을 요청한 입양 부모 A씨는 “사전 위탁보호를 통해 양부모와 아이 간 애착을 쌓고 적응 과정상의 시행착오도 미리 겪을 수 있다”며 “현실에서 이 과정을 거쳐 입양을 포기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실제 파양(罷養) 사례는 지난해 2건에 그쳤다. 입양하려는 양부모가 암 판정을 받아 불가피하게 입양을 철회한 경우다. 또 하나는 갑작스러운 파산에 입양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다.     
입양 뒤 양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첫 공판이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검찰의 공소장에 살인죄가 추가되었다는 속보를 듣고 오열하고 있다. 중앙포토

입양 뒤 양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첫 공판이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검찰의 공소장에 살인죄가 추가되었다는 속보를 듣고 오열하고 있다. 중앙포토

 

제도화 필요한 이유 

하지만 일부 민간 입양기관에서 실적을 높이려 양부모 검증과정을 소홀히하는 현실에서 사전 위탁보호도 마찬가지였다. 보호 기간 내 애착 형성 단계 등이 제대로 모니터링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19일 브리핑에서 “현재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입양 전 위탁을 법제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아동·예비 양부모 간 초기 상호적응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가족관계 형성을 위한 준비과정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입양문턱 낮출 수 있다" 

특히 사전 위탁은 입양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사전 위탁제도는 아동학대를 거르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라기보다는 입양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며 “입양을 완전히 결정하기 전 사전에 아이를 키워보고 입양의 문턱을 낮추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쇼핑 조장" 의견도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아동 쇼핑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한 청소년 쉼터 관계자도 “양부모가 바뀌는 것 자체가 아동에게 굉장한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 교수도 “다만 이러한 시간(사전 위탁 기간)을 거치고 입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여러 번 바뀌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입양에 대한 사후지원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文 대통령의 발언논란 

앞서 전날(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책을 설명하던 중 “맞지 않는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발언했다. ‘입양아동이 물건이냐’는 비난이 거세자 청와대는 ‘사전 위탁보호’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프랑스·영국·스웨덴에서는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욱·이태윤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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