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주제 넘었다" 한달뒤···깜짝 교체된 최장수 장관 강경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3년 7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후임으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3년 7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후임으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3년 7개월째 자리를 지키던 강경화 장관이 20일 교체 명단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 후임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이번 인사를 놓고 ‘깜짝 개각’이란 평이 나온다. 강 장관은 교체 및 경질 사유가 없는 데다 당초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 적도 없어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강 장관은 문 대통령 임기 끝까지 함께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며 “강 장관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얘기는 나왔지만 문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개각 대상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강 장관 교체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돈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강 장관을 공개 지목하며 “우리의 (코로나19) 비상방역 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맹비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IISS 유튜브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IISS 유튜브 캡처

당시 김 부부장의 발언은 강 장관이 지난달 5일 국제전략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됐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코로나19 관련 비상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데 대해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를 놓고 강 장관을 향해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다.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계산한다’는 말은 ‘잘잘못을 가려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김 부부장 담화가 나온 뒤 강 장관이 교체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6월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김 부부장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 등을 발표한 뒤 물러났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4일 “항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요,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며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비판했다. 이후에도 통일전선부 대변임 담화 등을 통해 대남 비난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이어 같은 달 9일엔 남북 정상 간 신뢰의 상징이던 핫라인을 비롯해 모든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차단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