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민심 잡기 나선 중국, 왜 베트남은 뺐을까

요즘 중국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미국이 정권 이양 작업으로 정신없는 동안,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인 곳은 다름 아닌 동남아시아다.  
 
베트남 붕따우 [AP=연합뉴스]

베트남 붕따우 [AP=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국가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는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을 방문했다. 숨 가쁜 일정이었다.  
 
그런데 왕이 부장이 딱 한 곳, 빼놓은 아세안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자랑하던 왕이 부장은 대체 왜, 베트남만 쏙 빼놓았을까.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FP=연합뉴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FP=연합뉴스]

 
남중국해 분쟁으로 계속되고 있는 두 나라의 정치적 긴장 때문이란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베트남의 최고 무역 파트너지만, 베이징과 하노이 사이의 정치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며 최근 상황을 보도했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이 모두 화웨이 기술을 받아들일 때 이를 거부했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중국 국경을 폐쇄한 최초의 아세안 국가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렸음은 물론이다.  
 
'백신 외교'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다가가고 있는 중국에 찬물을 끼얹은 곳도 베트남이다. 대부분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들이는 데 협약했지만, 베트남은 '백신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백신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러시아 백신도 들여 위험 부담을 낮춘단 계획이다. 중국이 달가워할 리가 없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캄보디아 훈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입장에선 최근 들어 중국이 부쩍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영향력을 휘두르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두 나라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전통적으로 베트남과 가까운 곳이어서다.  
 
이런 여러 이유들 때문일까. 베트남 내 반중정서는 꽤 큰 편이다.  
 
중국이 동남아에 바짝 다가서면서도 베트남을 빼놓은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베트남이 정권 교체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 제13차 베트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의 결과가 나오는데, 중국 측은 이 결과가 나온 후 베트남에 다가가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14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AFP=연합뉴스]

14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AFP=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중국이 현재는 베트남을 멀리하고 있지만 이 나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단 사실이다. 최근 미국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하노이를 방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메콩-미국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행위다.  
 
때문에 중국 역시 베트남을 계속 모른 척할 수는 없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SCMP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 됐다"며 "중국은 이웃 국가들과의 점점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은 동남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미국에선 구글과 아마존이, 중국에선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동남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베트남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