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힘” “분열 시도” 바이든 첫날부터 미·중 '기선잡기' 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선량한 천사가 사악한 세력에 승리하리라 믿는다.”(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 )  
“대통령 취임 날 (트럼프 행정부 인사에) 제재를 가한 것은 당파적 분열을 노리는 시도로 보인다.”(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에밀리 혼 대변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첫날부터 미·중 양국의 ‘입’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포문은 중국이 열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을 선서하던 21일 오전 1시(중국 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관리 28명의 중국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전임 행정부 고위관료의 '끈'이 떨어지지 마자 보복 제재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의 대중 강경 노선은 옳았다"고 했던 바이든 행정부는 반격에 나섰다. 혼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러한 비생산적이고 부정적인 행위는 양당이 비난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을 능가할 수 있도록 양당 지도부와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나온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축하는 중국의 메시지에도 '뼈'가 들어있었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여러 차례 ‘단결’이란 단어를 강조했다”면서 “바로 지금 미·중 관계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년간 미국의 소수 반중(反中) 정치인이 개인적 이익 때문에 많은 거짓말로 원한과 분열을 선동했다”고 전임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말한 민주는 다름을 인정하고, 불일치가 분열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성의 원칙을 국내만이 아닌 미·중 관계에도 적용하라는 의미다. 
 
다만 이런 신경전 속에서도 양측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몇 년간 트럼프 정부, 특히 폼페이오는 미·중 관계에 너무 많은 지뢰를 묻었기에 배제해야 하며, 너무 많은 다리를 불태웠기에 다시 놓아야 하고, 너무 많은 길을 부쉈기에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두 나라 함께 노력하면 미·중 관계에서 선량한 천사가 사악한 역량에 싸워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과거 인연을 언급하며 대중국 정책의 전환을 암시했다.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임명직 인사 1000여 명의 언택트 선서식에서 “매우 오래전 시진핑 주석과 칭하이-티베트 고원에서 가진 사적 만찬에서 그가 나에게 한 마디로 미국을 정의해 달라고 물었다. 나는 ‘가능성’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SCMP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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