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 때리고 여오현 받고…올드보이의 귀환

‘올드 보이’가 돌아왔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여오현(43)과 문성민(35)이 젊어진 팀에 베테랑의 품격을 더했다.
 
문성민

문성민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간판이다. 강력한 서브와 시원한 스파이크,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까지 갖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2016~17시즌에는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상을 석권했다. 그랬던 그도 2017~18시즌을 정점으로 코트에 서는 시간이 줄었다. 무릎 부상 여파와 나이 탓이다. 올해는 5년간 맡았던 주장 자리도 내놨다. 개막 전 무릎 수술을 받아 한동안 출전할 수 없어서였다.
 
현대캐피탈에는 문성민보다 고참인 선수가 있다. 여오현이다. 수비 전문 리베로 여오현은 V리그의 산 역사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서 뛰며 V리그 출범 이후 15번의 챔프결정전 중 14번에 출전했다. 우승 반지가 9개다. 2015~16시즌부터는 플레잉코치를 겸하고 있다. 순발력은 전성기보다 못해도 리시브 능력은 여전하다. 후위에서 올리는 2단 토스는 세터 못지않다.
 
여오현의 출전 시간이 올 시즌 들어 많이 줄었다. 신인 리베로 박경민(22)이 기대 이상 해주면서다. 2005~06시즌부터 15시즌 연속인 ‘100세트-500수비(리시브+디그)’ 기록 행진도 멈출 것 같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팀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시즌 초 신영석(35)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장신 세터 김명관(24)과 다음 시즌 드래프트의 지명권을 받았다. 군 복무를 마친 허수봉(23), 김선호(22·레프트)와 박경민 등 신예로 팀을 꾸렸다. 주전 7명 평균 나이가 25.3세다. 국내 선수 중 30대는 센터 최민호(33)뿐이다.
 
리모델링에는 후유증이 따랐다. 시즌 중반까지 최하위였다. 선수들 손발이 점차 맞아갔고, 4라운드 들어 승률 5할(4승 1패)을 처음 넘겼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선수들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자리매김하는 듯했던 현대캐피탈이 20일 우리카드 전에서는 달랐다. 무기력했다. 두 세트를 내리 내줬다. 이때 분위기를 바꾼 건 베테랑이다. 여오현과 문성민, 송준호(30)가 차례로 들어가 분위기를 바꿨다. 현대캐피탈은 3-2 대역전승을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여오현(사진 오른쪽)

여오현(사진 오른쪽)

문성민은 이날 경기가 시즌 첫 출전이었다. 2020년 3월 1일 KB손해보험전 이후 10개월만의 복귀다. 교체로 들어간 2세트에는 무득점에 그쳤다. 3세트부터 공격력을 발휘했다. 7득점. 서브 에이스는 없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웠다. 여오현도 범실 없이 17개의 리시브(정확 7개)를 받아냈다. 최태웅 감독은 “동생들이 힘들 때, 형들이 잘해줬다. 앞으로도 문성민과 여오현이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급작스러운 출전에도 제 역할을 한 건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문성민은 “오늘 들어갈 줄 몰랐지만, 항상 준비했다. 몸이 완벽하진 않지만, 점점 좋아진다. 점프력은 더 좋아지지 않겠지만, 움직임은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오현은 “경민이가 잘하고 있으니, 많은 기회를 주는 게 맞다. 후배들이 힘들어할 때 내 몫을 하기 위해 늘 준비했다”고 했다.
 
여러 차례 수술과 재활을 거친 문성민은 담금질한 쇠처럼 정신력까지 단단해졌다. 그는 “재활을 많이 해보니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 스트레스받고 욕심을 내면 탈 난다. 그래서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벤치 대기 시간이 지난 시즌부터 많아졌다. 코트에 들어갔을 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오현 코치는 마흔이 된 뒤 ‘45세 프로젝트’라는 목표로 세웠다. 우리 나이로 45살까지 뛰겠다는 거다. 다음 시즌까지 뛰면 달성한다. 그는 “부상이 없어 자신 있다. 다만 팀 사정도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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