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손실보상 ‘첩첩산중’…재원조달 방안 빠져있고, 형평성 문제도

정부ㆍ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상하는 손실보상제의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당에서도 적극적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 집행에 이르기까지는 피해 규모 산정부터 손실보상 범위와 대상 등 따져봐야 할 일이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과 임대료 등을 차등 지원하면 한 달에 1조2370억원, 연간 14조84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더 극단적인 추정치도 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월 24조7000억원 들어간다고 봤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기간을 4개월로 보면 100조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네 차례 편성한 추경 예산(67조원)의 1.5배 규모다.
자영업자 손실 보상제, 돈 얼마나 들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영업자 손실 보상제, 돈 얼마나 들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학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이를 실행할 만큼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5.1%로 G7 국가 평균(13.7%)의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지난해 G7 국가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예상치(IMF 기준)를 보면 평균이 5조44480억달러로 한국(1조5867억달러)의 3배가 넘는다.
 
최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도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마당에 손실보상을 법제화할 경우 한국경제가 감당할 여력이 있냐는 문제 제기인 셈이다.
돈 쓸 방안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은 빠져있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 중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국채 발행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신용도에 타격을 준다.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한 사안이다.
 
막대한 정부 예산 투입 예상에 금융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22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758%로 전일보다 0.052%포인트 올랐다. 2020년 1월20일(1.762%) 후 최고치다. 재원을 마련하려면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하고, 그만큼 국채가 시장에 많이 풀리면서 국채가격이 하락(금리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채무는 지난해에만 역대 최대 증가 폭인 147조3000억원 늘어나며 95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ㆍ고령화와 경제성장률 하락까지 겹치면서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무리하게 돈을 풀었다가 더 큰 경제위기에 대응할 여력을 잃을 수 있는 점,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를 산정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자영업은 정확한 매출 파악이 어렵고 업종별ㆍ사업장별로 임대료ㆍ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다양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인과 관계와 손실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힘들다.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자영업자, 수십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무등록 점포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꼬인다. 3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항의가 빗발쳤듯이 어떤 기준을 만들어도 형평성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원래부터 장사가 안됐을 수도 있다”며 “제도 실행과정에서 대상자 선정, 보상액 산정 등 여러 가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자영업과 연관된 영세기업 등 일반 기업의 피해를 무시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며 “이들까지 지원한다면 현재 거론되는 재정 소요액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제화 때문에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되레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에 명시하는 순간 앞으로 다른 위기마다 손실을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 그만큼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손실을 보상할 재난의 종류와 보상 대상ㆍ내용 등을 법으로 못 박으면 탄력적인 대응도 어려워진다. 예컨대 법에 담기지 않은 피해 사례가 나오면 유권해석이나 법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주요국도 법제화보다는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재정ㆍ금융 지원정책으로 자영업자ㆍ소상공인들을 돕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손실을 측정하고 어떻게 또 배분하느냐 하는 문제가 크며, 열심히 경제 활동을 할 유인이 줄어들 위험도 있다”면서 “기존 고용유지지원금에 재정 투입을 늘려 고용 충격을 완화하는 등 다각도의 대안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법제화를 추진하면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자영업 ‘표심잡기’용이라는 비난은 계속 나올 수 있다. 이미 야당은 “공수처나 대북전단법처럼 관심만 가졌어도 진작 법안을 통과해서 보상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심의ㆍ관심조차 없다가 선거용인지 요새 손실보상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한다”(최승재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며 공격 채비에 나섰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다수가 납득하고, 재원이 뒷받침되는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교한 검토와 계획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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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ㆍ김남준ㆍ임성빈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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