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금지한다고 판소리 듣나” 마트 영업규제 칼대는 야당들

일요일인 24일 휴업을 한 서울의 한 대형마트. 뉴스1

일요일인 24일 휴업을 한 서울의 한 대형마트. 뉴스1

 
국민의힘 등 야권이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규제를 없애기 위한 입법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를 국민 10명 중 6명은 반대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여론조사 결과가 직접적인 계기다.본지 1월 25일 B3면〉 특히 이 여론조사에선 20대의 영업 규제 반대(72.0%) 의견이 높았다. 야권은 정부ㆍ여당의 기업 규제를 막아낼 기회로 삼겠다며 벼르고 있지만,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론이 만만치 않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마트를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활성화 됐느냐”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고 적었다. 전경련 조사에서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8.3%에 그친 점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힙합 음악 못 듣게 한다고 판소리를 듣지 않는다”며 “정부와 여당은 쇼핑몰을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잘못된 착각에 사로잡혀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킬 진짜 정책은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시장은 경쟁력을 높이려면 다른 영역에 대한 규제가 아닌 좋은 상품을 싸고 편리하게 판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구 전통시장 있어서…"

허 의원은 월 2회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 발의를 위한 요건인 의원 10명의 동의 서명은 받지 못한 상태다. 같은 당의 한 의원은 “뜻에는 공감하지만 본인 지역구에 전통시장을 안 둔 의원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며 “마트 규제 폐지에 대한 압도적인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동의 서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이 때문에 경영계는 지난해 10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타협안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은 의무휴업 지정일을 일요일로 의무화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에 따라 평일로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도 마트 규제 폐지 또는 완화 법안이 180석을 가진 여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우세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규제 3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은 거의 모든 경영 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했는데도 막지 못했다”며 “하물며 소상공인들의 이익과 반대 되는 마트 규제를 풀어달라는 통일된 주장이 나오는 것부터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집단소송법ㆍ징벌적손해배상제를 막아야 한다는 다음 숙제가 있다”며 “유통업 이익에 국한된 이슈에 재계의 집단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는 현재로썬 아니다”고 전했다.
 
23일 남대문시장을 찾은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우상호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23일 남대문시장을 찾은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우상호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2월엔 복합쇼핑몰 규제 추가 

경영계는 오히려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형마트 규제가 더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은 이낙연 대표와 함께 23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이른바 ‘어묵샷’을 연출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전 의원도 같은 날 대림동 중앙시장을 찾아 전통시장 상인들에 대한 우호적 신호를 보냈다.
 
이 때문에 스타필드ㆍ롯데몰과 같은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을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음달 우선 통과될 거란 게 정치권과 경영계의 관측이다. 이밖에 민주당에선 신영대 의원 등이 쿠팡ㆍ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대해 영업시간, 취급 품목을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의 절규를 들었다”고 힘을 보탰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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