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호텔급, 요금은 무료' 아라뱃길 명물된 '거리 이발소'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경인 아라뱃길과 나란한 아라자전거길에서 25일 무료 이발 봉사를 하는 '거리의 이발사'를 만났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한강 아라자전거길에서 25일 거리의 이발사 A씨(71)가 단골손님인 김은기 씨(73)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이발비는 무료다. 김성룡 기자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한강 아라자전거길에서 25일 거리의 이발사 A씨(71)가 단골손님인 김은기 씨(73)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이발비는 무료다. 김성룡 기자

이름 밝히길 거부한 A씨(71)는 약 1년 전부터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0여년 간 운영하던 서울 강서구의 이발소를 정리하고 이곳에서 무료 이발 봉사에 나섰다. 
자전거길 바로 옆에서 의자 하나 놓고 이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자전거길 바로 옆에서 의자 하나 놓고 이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언제부터 이발했냐고 묻자 "국민학교 졸업하고부터 남의 이발소에서 허드렛일 하며 (이용 기술을) 배웠어. 서울, 인천 등지에서 이발소도 운영했지"라며 "나이가 들어서 이발소 문닫고 여기 나와서 봉사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아주 추운 날이랑, 비 오는 날 빼고 나와. 이발비는 무료야. 주면 받기는 하지만" 그는 오전 10시쯤 나와서 오후 1~2시까지 이발 봉사를 한다고 했다.  
자전거길 옆이라 주로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전거 동호인들이다. 김성룡 기자

자전거길 옆이라 주로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전거 동호인들이다. 김성룡 기자

A씨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던 단골 김은기씨(73)는 "신대방동에서 여기까지 일부러 자전거 타고 온다. 머리를 잘 깎는다. 내가 수십년 전 충무로에서 만난 이발사를 경기도 성남까지 따라가며 머리를 깎을 정도로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몇 년 전 그 이발사가 돌아가시고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모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다 이분을 만났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머리를 잘 깎더라. 그래서 맡겼는데 마음에 들어서 계속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B씨는 "머리 정말 잘 깎아요. 웬만한 호텔 이발사보다 낫다니까요"라고 거들었다.
 단출한 이발 도구들. 김성룡 기자

단출한 이발 도구들. 김성룡 기자

길거리 이발소에는 간판이 없다. 그저 도로 선 위에 쓴 글씨가 전부다. 김성룡 기자

길거리 이발소에는 간판이 없다. 그저 도로 선 위에 쓴 글씨가 전부다. 김성룡 기자

A씨는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도 어르신들을 상대로 3년 동안 이발 봉사를 했다. 그러다 지금은 이곳에서만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이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아라서해갑문(정서진)까지 아라뱃길을 따라가는 이길은 20㎞ 평지로 이뤄져 남녀노소 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천막도 없이 도로 한쪽에서 이발하는 그의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지나쳤다. 이날은 이발을 하던 김씨 뒤로 두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A씨는 하루에 보통 4~5명 머리를 깎는다고 했지만, 단골 김씨는 10명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고 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다음에 오겠다는 한 행인에게 한 바퀴 돌고 오라고 말하는 A씨. 김성룡 기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다음에 오겠다는 한 행인에게 한 바퀴 돌고 오라고 말하는 A씨. 김성룡 기자

A씨와 구면인 듯한 한 행인이 자전거를 세우고 "오늘은 사람이 많네요. 다음에 와야겠네"라고 말하자, 그는 반가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금방 깎아. 한 바퀴 돌고 오면 깎아줄게"
유난히 푸근했던 이날 날씨처럼 아라뱃길 길거리 이발소의 가위 소리는 따뜻했다.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