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 성희롱 호소했더니…가해자와 만남 주선한 부산교통문화연수원

 직장 내 지속적 성희롱·2차 피해 확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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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2차 피해가 생기도록 한 시 산하 부산시교통문화연수원(이하 연수원)에 원장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 권고안을 의결해 통보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산시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 부산시교통문화연수원에 근무하는 A상사는 계약직 직원들에게 언어·신체적 성희롱을 지속해서 하는 등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저질렀다. 또 당시 피해자들이 갑질과 성희롱 피해를 호소했으나 연수원 측은 정식 조사 없이 가해자에게 경고하고 피해자와 분리 조치만 했다. 이후 피해자 동의 없이 가해자와 화해 자리를 마련하는 등 연수원 측은 오히려 2차 가해를 했다고 감사위원회는 설명했다.
 

 연수원 측은 사건 1년 뒤 다시 한번 가해자를 피해자들 부서로 인사발령을 내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성희롱 피해뿐만 아니라 2차 피해로 불안·우울 같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산시에 진정했다.
부산시교통문화연수원 홈페이지 캡쳐

부산시교통문화연수원 홈페이지 캡쳐

 
 조사에 나선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직원들의 성희롱과 2차 피해 등을 확인하고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기관장 면직 등 징계요구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2차 가해의 주체가 된 점을 지적하며 연수원을 엄중히 경고했다. 또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성희롱·성폭력 신고 절차 개선을 위해 연수원에에 가해자(피신고인) 징계 의결과 특별교육실시, 연수원장 면직을 요구했다. 아울러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 컨설팅, 기관장과 고위직 간부 성인지 감수성 특별교육, 관련 사건의 지속적 모니터링, 상담·법률지원 등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부산시교통문화연수원은 이런 권고사항을 모두 이행하겠다고 부산시에 공문으로 회신했다. 연수원 측은 이 이사회를 열어 원장 등의 징계수위를 결정해 30일 이내 부산시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열린 부산시의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 특별교육. [사진 부산시]

지난해 5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열린 부산시의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 특별교육. [사진 부산시]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이번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 의결 사항을 공개한 것은 공공 부문 내 성희롱 예방과 인식 개선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부산시교통문화연수원은 행정부시장이 이사장이며, 버스·택시조합, 화물협회, 전세·마을버스 조합 이사장 등 10여명이 이사로 있는 부산시 산하기관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4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지난해 7월 1일 자로 감사위원회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단 등을 설치·운영하는 한편 성 인지력 향상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중징계 등 무관용 원칙 적용, 피해자 보호조치 최우선, 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