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248년 만에 초연, 조성진 연주한 모차르트 미스터리

27일 모차르트의 탄생일을 맞아 유럽에서 공개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차르트 알레그로 초연 모습. [사진 유니버설 뮤직]

27일 모차르트의 탄생일을 맞아 유럽에서 공개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차르트 알레그로 초연 모습. [사진 유니버설 뮤직]

경쾌한 4분의 3박으로 시작해 새로운 주제로 넘어갔다가 다시 유쾌하게 끝맺는 형식. 1791년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의 ‘신곡’이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공개됐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재단이 주관한 ‘모차르트 위크’ 무대 중 하나로,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6)이 연주를 맡았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곡은 모차르트가 17세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알레그로 D장조’ 작품번호(K) 626b/16이다. 조성진은 두 페이지짜리 짧은 악보를 펼쳐놓고 94초 동안 장난기 넘치는 모차르트를 표현했다. 생기 넘치고 종잡을 수 없는 모차르트 스타일이었다. 작곡된 지 248년 만의 초연이었다.
 
모차르테움 재단에 따르면 이 곡은 모차르트 사망 이후 경매에 넘겨졌다가, 파리의 한 미술 상인이 가지고 있던 것을 재단이 구입했다. 재단의 연구 책임자인 울리히 라이싱어는 “외부 전문가 4명에 의뢰해 자필 악보의 진위를 판단했다”며 “모차르트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공개되는 것은 오랜만”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의 총괄 매니저인 토비아스 데부흐는 “작품의 부분이나 스케치가 아닌 완전한 피아노 곡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차르트는 살아서도 흥행했고, 사후에도 인기가 있던 작곡가였다. 그의 작품이 어떻게 250년동안 미공개일 수 있었을까. 이번 ‘신곡 발표’는 많은 궁금증을 낳는다. 세 키워드로 ‘미발표 미스터리’를 풀어봤다.
 

왜 이제야 나왔을까 

27일 공개된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의 자필 악보. [유튜브 캡처]

27일 공개된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의 자필 악보. [유튜브 캡처]

모차르트의 알려진 작품은 600곡이 넘는다. 하지만 그의 생전에 출판된 작품은 144곡 뿐이다. 모차르트 당시에는 작품을 인쇄해 기록하는 일이 드물었고, 악보를 매개로 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경우도 적었다. 대신 모차르트는 방대한 양의 출판되지 않은 악보를 남겼고, 완성되지 않은 스케치 형식도 포함됐다. 음악학자 강용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국가들에 폭격이 예고되면 학자들은 도서관에서 악보와 책을 가지고 피난을 떠났다. 이렇게 모차르트 악보가 많이 흩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동유럽 쪽 도서관에 모차르트의 정리되지 않은 작품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의 경우는 모차르트가 자신의 막내 아들에게 물려줬는데 이후 경매에서 여러차례 판매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248년 전엔 무슨 일이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재단의 울리히 라이싱어 연구자가 모차르트 악보를 보는 모습. [유튜브 캡처]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재단의 울리히 라이싱어 연구자가 모차르트 악보를 보는 모습. [유튜브 캡처]

모차르테움 재단의 라이싱어는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여행 중, 혹은 그 이후인 1773년에 쓴 곡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모차르트는 여행하는 작곡가였다. 특히 1781년 빈에 정착하기 전까지 궁중 음악가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유럽 전역을 돌았다. 아들에 야망을 품은 아버지 레오폴드와 함께였다.
 
음악학자 이성률은 “1770년대 초반은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여행 이후 좌절을 겪었던 때”라며 “모차르트 부자는 아들의 취업을 위해 로마ㆍ밀라노ㆍ볼로냐를 여행했지만 결국 좋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나타난 어린 천재에 기존의 음악계는 불안해 했고, 결국 모차르트 취업의 결정권을 쥐고 있던 마리아 테레지아 합스부르크 공국 황후는 “거지처럼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궁중에 들일 이유는 없다”는 편지를 써서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에 모차르트 부자의 이름을 올렸다. 모차르트 재단의 추정 대로라면 이 밝고 경쾌한 음악은 이러한 좌절을 경험한 10대의 작곡가가 쓴 작품이다.
 

뒤늦게 발견됐는데, 작품번호는 왜 붙어있을까

이번에 초연된 작품에는 이미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K.626b/16이다. 모차르트 작품의 번호는 음악학자인 루트비히 쾨헬(1800~1877)이 붙인 순서를 대체로 따른다. 1862년 쾨헬은 작곡년도 순으로 총 626곡에 번호를 붙였고 자신의 이름 앞글자 K로 정리했다. 마지막 곡은 미완성으로 남은 레퀴엠(진혼곡)이다.  
 
하지만 이후 미발표곡이 발견되고, 작곡 년도가 수정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이에 따라 20세기 중반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쾨헬 번호가 수정됐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작품, 스케치만 남아있는 곡, 작곡 흔적은 있으나 원본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에 마지막 번호인 626에 소문자 알파벳을 붙여 작품 번호를 매겼다. 강용식은 “626에 b는 쾨헬 번호의 세번째 개정에서 붙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모차르트가 남긴 42개의 스케치를 626b로 묶었고 이번 곡은 그 중 16번째 곡”이라고 설명했다. 17세에 작곡한 이 작품이 마지막 곡인 레퀴엠과 같은 번호를 가지게된 배경이다.  
 
27일 연주된 알레그로는 작곡됐다는 기록은 있었기 때문에 작품 번호가 붙어있었지만, 원본은 이제야 발견됐다. 이런 현상은 모차르트의 삶과 습성에서 기인한다. 이성률은 “모차르트 가족들만큼 기록이 많은 작곡가 가족도 드물다”라며 “편지와 기록 정리에서 작곡 시기, 헌정 대상, 내용 등을 꼼꼼히 써놨다”고 설명했다. 이번 초연곡은 94초짜리 소품이지만, '구직'을 위해 여행을 다녔고, 가족끼리 편지를 주고받았던 모차르트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한다.
 
조성진이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극장에서 모차르트 소나타를 비롯해 마지막으로 알레그로 D장조를 연주한 녹화 영상은 유럽에서 27일 도이치그라모폰 온라인 페이지, 메디치 TV로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가 IPTV 서비스 U+tv와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 U+모바일tv에서 27일부터 독점 제공했다. 영상이 아닌 음원은 29일 공개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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