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연임’ 전경련 “노조 힘 더 센데 경총과 통합이라니”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의 지난해 11월 모습. 허 회장은 26일 총회서 재추대받아 연임하게 됐다. [뉴스1]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의 지난해 11월 모습. 허 회장은 26일 총회서 재추대받아 연임하게 됐다. [뉴스1]

한국경영자총협회로부터 통합 논의를 제안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정기총회를 계기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24일 “경총과 통합해 힘을 키워보자고 전경련에 제안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거절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이다. 손 회장은 “정부·여당의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기업 측 힘이 부족했다”며 “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경련은 25일 이와 관련한 공식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기총회(26일)에서 차기 회장으로 다시 추대될 허창수 회장을 향해 취재진의 질문이 집중될 수 있어서다. 허 회장은 2011년 이후 6회 연속, 12년동안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됐다. 역대 최장수 회장이다.
 
이날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손경식 회장 측의 ‘제안’이라는 표현부터 부적절하다는 반응이었다. 권 부회장은 “손 회장이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문서나 구두로 전한 제안은 없다”며 “간접적으로 누군가를 통해 통합 얘기가 들어온 적은 있어서 우리가 ‘지금은 통합할 때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전했을 뿐 그것을 공식 논의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통합에 반대하는 가장 큰 명분은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다. 전경련은 1961년 만들어졌는데, 경영계에선 노사 간 협의에 집중할 만한 개별 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1970년 경총을 세웠다. 이때부터 전경련은 대기업 의견을 대변하고, 경총은 노동현안에 대한 기업 측 의견을 내는 데 집중해왔다.
 

손 “통합 싱크탱크 필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국회 사진기자단]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국회 사진기자단]

손 회장의 통합 구상은 일본의 닛케이렌(日經連, 경총 격)과 게이단렌(經團連, 전경련 격)이 2002년 합쳐진 것과 비슷하다. 통합 게이단렌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에서 사회보장·노동·교육 제도와 기업 경쟁력을 고민하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손 회장도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협력해 남북한 현안, 자유경제 발전, 반기업 정서 해소 등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노조의 힘이 지금처럼 막강한 상황에선 현실화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본은 사실상 노사분규가 없어진 뒤, ‘두 단체가 동시에 필요한 거냐’ 회원사들의 의견이 반영돼 이뤄진 통합”이라며 “우리나라는 노조와 갈등이 아직 극심하기 때문에 경총은 그 본연의 역할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회장도 반대 뜻"  

권 부회장은 또 “경총과 합치면 작은 규모의 대한상공회의소 역할 밖에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경련 가입사는 80%가 대기업이고, 경총 가입사는 80%가 중견·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두 부류 기업 간 이해관계를 각각 표출할 단체가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권 부회장은 “지난 기업규제 법안에 대해 대한상의가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한 것은 대-중소기업, 수도권-지방 기업 간 인식 차를 조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전경련과 경총이 합쳐져도 똑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허창수 회장도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