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다투던 대리운전자 내리고 10m 음주 운전, 유죄일까?

기자
박용호 사진 박용호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10)

 
‘앞 뒤가 똑 같은 전화번호~ 좌우로 정렬~’
운전자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대리운전업체 관련 라디오 광고 문구다. 대리운전 이용이 늘어나면서 음주운전이 많이 사라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기사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대리운전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음주운전이 나타나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와 고객간에 다툼이 생겨 대리운전 기사가 갑자기 가버리는 경우 음주 상태의 고객이 짧은 거리라도 운전대를 잡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음주상태에서의 운전이니 당연히 법령상 금지된 음주운전이나, 그 운전거리가 굉장히 짧거나 주변 차량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차량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대리운전 기사와의 다툼으로 대리운전 기사가 가버려서 고객이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면, 유죄일까. 무죄일까. 아래 두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대리운전 기사와 고객간에 다툼이 생겨 대리운전 기사가 갑자기 가버린다면 음주 상태의 고객이 짧은 거리라도 운전대를 잡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사진 pixabay]

대리운전 기사와 고객간에 다툼이 생겨 대리운전 기사가 갑자기 가버린다면 음주 상태의 고객이 짧은 거리라도 운전대를 잡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사진 pixabay]



#1 다투던 대리운전자 도중 하차 
A씨는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즐겁게 술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까지 가게 되었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노래방으로 향하는데, 대리운전 기사의 운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A씨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과속방지턱이 많은데 서고 밟고 서고 하시니까 천천히 가달라. 급하신 거 있으면 다른 사람 부르겠다”고 말했고, 이에 대리운전 기사가 “출발지로 되돌아가겠다”고 말하면서 다툼이 커졌다. 일행들이 말리고 나서야 대리운전 기사는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노래방 건물이 가까워지자 대리운전 기사는 주차금지구역에 차를 세운 뒤 떠났고, A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량을 노래방 건물 주차장으로 이동시켰다.


#2 대리운전자 요구로 1m 음주 운전
B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나 차가 아파트 담벼락에 부딪친 것 같았다. B씨가 대리운전 기사에게 항의했으나, 대리운전 기사는 계속 부인했다. 대리운전 기사는 B씨에게 “뒤에서 보고 있을 테니까 (차량을) 뒤로 빼보라”고 말했고, B씨는 운전석 차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운전대의 방향을 변경하지 않은 채 1m 정도 후진했다.
 
음주운전을 한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아래와 같이 음주운전만 해도 처벌되고(알코올농도에 따라 가중처벌),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처벌된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3항, 제44조 제1항=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0.2% 미만인 사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음주운전을 2회 이상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를 운전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기본적으로 음주상태의 운전은 도로교통법상 금지된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다만 음주운전 경위에 따라 긴급피난 등의 사유로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사진 pxhere]

기본적으로 음주상태의 운전은 도로교통법상 금지된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다만 음주운전 경위에 따라 긴급피난 등의 사유로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 [사진 pxhere]

 
대리운전 기사와의 다툼으로 짧은 거리라도 운전을 하게 되었다면 유죄일 수도, 무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례1, 사례2 모두 실제 하급심 판결 사안인데, 사례1에 대해선 무죄, 사례2에 대해선 유죄가 선고되었다. 사례1의 재판부는 “피고인은 함께 술을 마셨던 일행에게는 운전을 부탁할 수 없었고 빼주러 나온 노래방 업주나 주변의 일반 행인에게 위 차량의 운전을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해 발생하는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확보되는 법익이 위 침해되는 이익보다는 우월하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2조 제1항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사례2의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차량을 급히 1m 뒤로 옮겨야 했던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대리기사를 부르거나 가족 등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면서 “긴급피난이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사례2의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 이동거리,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고려해 B씨에게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최근 대리운전 기사와의 다툼으로 사례1, 사례2와 같은 형태의 음주운전이 종종 나타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음주상태의 운전은 도로교통법상 금지된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다만 음주운전 경위 등에 따라 긴급피난 등의 사유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뿐이다. 사례1, 사례2와 같이 법원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운전 기사와 다툼으로 대리기사가 가버린 상황이라도 주변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음주 상태의 운전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