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해외주식 거래 역대 최대인 56조…서학개미 전성시대

지난달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거래액은 56조원에 육박한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거래액은 56조원에 육박한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AP=연합뉴스]

직장인 박모(31)씨는 지난달 23일 저축은행 통장에 넣어뒀던 300만원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테슬라 투자 기회를 놓치고 후회가 컸다. 올해 들어 장중 900달러(약 101만원)까지 올랐던 테슬라 주가가 1월말 800달러(종가 기준) 선이 깨지자 매일 밤주가를 확인했다. 한국 시각으로 밤 11시 30분 미국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700달러 밑으로 지정가 주문을 넣고, 다음 날 아침 주식 계약이 체결됐는지 확인하려 주식 앱부터 열었다. 박씨는 “최근 코스피 등락이 심해져 한국 대신 미국 시장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밤잠 못 이루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지난달 해외주식 거래액은 56조원에 육박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말부터 치솟던 코스피 지수가 2월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서자 해외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가 늘고 있어서다.
서학개미, 역대 최대 거래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학개미, 역대 최대 거래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액(매수+매도 결제액)은 전달(368억122만 달러)보다 35% 증가한 497억2948만 달러(약 55조 9953억원)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대유행 되기 전인 지난해 2월(82억2185만 달러)과 비교하면 6배로 늘었다. 예탁결제원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거래액이 가장 많다.
 
서학개미가 지난달 가장 많이 사들인 기업은 3억442만 달러 순매수한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해 서학개미의 순매수 1위 기업이다. 지난달 테슬라 다음으로 자금이 많이 몰린 기업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2억5618만 달러), 유니티 소프트웨어(2억2961만 달러) 순이다. 팔란티어는 정부기관과 대기업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게임개발 엔진 업체다. 세계 게임 업체의 40% 이상이 이 회사의 엔진을 사용한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혁신 기업으로 주가가 강세를 띠며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1억5513만 달러ㆍ순매수 4위) 등 기존 주도주를 주로 담던 투자자가 최근 새 투자처를 찾는 분위기다.  
서학개미, 지난달 순매수 톱5 종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학개미, 지난달 순매수 톱5 종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반면 공매도 이슈 기업은 ‘팔자’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미국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전쟁터로 떠오른 게임스톱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게임스톱 거래액(매수+매도)은 30억2747만 달러로 테슬라(40억3198만 달러)에 이어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주식을 팔아치운 금액이 매수액보다 1억6803만 달러 더 많았다. 지난달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한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자 상당수 국내 투자자는 차익 시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드론 제조업체 이항홀딩스 역시 공매도 이슈로 매도 주문이 늘면서 지난달 거래액 6위(8억6768만 달러)에 올랐다. 순매도액은 1억5485만 달러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각) 공매도 투자업체인 울프팩리서치가 이항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뒤 주가가 이날 63% 급락한 영향이 크다. 보고서는 “이항의 주요 거래처(상하이 쿤샹)는 허위였고, 매출조작이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주식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세계 각국에서 백신 보급과 부양책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국채 금리(채권가격 하락)가 들썩이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각국의 돈 풀기(부양책)가 경기 회복 기대감을 자극해 주도주가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주에서 금융업종 같은 경기민감주로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증시는 한국과 달리 가격제한폭(30%) 같은 안전장치가 없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특히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심리로 게임스톱과 같은 이벤트주에 올인하는 한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ㆍ홍지유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