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대만 반도체 의존은 위험…美 국내 기지 건설 필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2015년 방한 당시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2015년 방한 당시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미국 의회 자문위원회가 지나친 대만산 반도체 의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대만이 중국에 흡수될 위험 등을 고려해 미국 내에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권고도 냈다. 
 
슈미트 전 회장이 의장을 맡은 '인공지능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은 2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756쪽 분량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NSCAI는 국방 관련 인공지능(AI) 기술의 개발·검토를 위해 2018년 국방수권법에 따라 설립된 위원회다. 
 
FT에 따르면 NSCAI는 보고서에서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대만산 반도체도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슈미트 의장은 "대만에 대한 의존 때문에 우리 기업과 군에 힘을 실어주는 초소형 전자공학(microelectronics) 분야에서 지배력을 상실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NSCAI공동의장안 밥 워크 전 국방부 차관보도 "중국이 대만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대만에 대한 의존은 위험하다"면서 "만약 중국이 대만 흡수한다면 우리 경쟁력에 문제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크 공동의장은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이 중국을 2세대나 앞서고 있지만 이런 우위 지키려면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오히려 두 세대 뒤떨어질 위험에 110마일 가까이 다가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10마일은 중국 본토와 대만 간 거리다. 
 
앞서 지난주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반도체, 배터리, 특수 광물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의 취약성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인 첨단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다분히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는 해외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만 TSMC에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독려하기도 했다.  
 
NSCAI는 또 AI 분야에 대한 중국의 선제 투자가 미국에 '전략적 취약성'을 안겨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AI 분야에서 미국의 민간 기업과 대학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만 미국(정부)은 다가올 시대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 군사적 우월성에 도전하는 강력한 힘과 재능 그리고 야망을 가진 경쟁자"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애플리케이션(APP) 영역에선 중국이 기술적으로 더 앞서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적 AI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NSCAI는 미국 정부가 AI 연구를 위한 자금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만들었던 것처럼 백악관 직속 '기술경쟁력위원회(Technology Competitiveness Council)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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