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부럽다!" 독일의 한탄···방역은 이기고 접종에선 졌다

 "영국인 여러분, 당신들이 부럽습니다!"
 
독일 대중지인 빌트의 지난달 24일 자 1면 톱기사의 제목이다. 지지부진한 독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와 앞서가는 영국을 대비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각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1 라운드'인 방역에서 '제2 라운드'인 백신 접종으로 흐름이 넘어가면서 각국의 대응을 놓고 평가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 독일과 영국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이었던 독일은 이제 ‘백신 선도국’ 영국을 부러워하는 신세가 됐다.
 
독일 빌트지가 지난달 24일 1면 톱으로 독일의 지지부진한 백신 상황을 정리하며 ″영국인 여러분, 우리는 당신이 부럽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빌트지 갈무리]

독일 빌트지가 지난달 24일 1면 톱으로 독일의 지지부진한 백신 상황을 정리하며 ″영국인 여러분, 우리는 당신이 부럽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빌트지 갈무리]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은 지금까지 약 64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했다.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는 7.7회다. 이는 영국(31.92회)과 미국(23.68회)에 크게 못 미친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이런 접종 지체 현상이 백신 부족이 아니라 행정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에선 약 230만 회분의 백신이 사용되지 못한 채 재고로 쌓여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독일 야당 자유민주당 대표인 마르코 부시만은 “심지어 모로코가 독일보다 접종 속도가 빠르다”며 개탄했다.
 
독일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유럽권의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왔다. 초기인 지난해 3월 이탈리아와 함께 가장 큰 피해를 보았지만, 신속하고 강력한 봉쇄 조치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대응을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지율도 급등했다. 특히 방역 위기 상황 때마다 대국민 연설로 방역의 중요성을 간절히 호소하며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란 평가를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돋보이는 리더십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돋보이는 리더십으로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EPA=연합뉴스]

 
재고로 남은 백신은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독일에선 18세부터 64세 이하의 성인만을 대상으로 접종하고 있다. 65세 이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같은 논란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64세 미만의 일반인마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결국 접종 연령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독일에선 아직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백신이 유럽 각국에서 재고로 쌓이고 있다. 접종 연령이 제한되는 등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일반인들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AF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백신이 유럽 각국에서 재고로 쌓이고 있다. 접종 연령이 제한되는 등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일반인들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AFP=연합뉴스]

여기에 지역별로 제각각이고 복잡한 백신 접종 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백신 접종 예약의 경우 지역 보건 당국이 대상자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는 경우부터 접종 대상자가 직접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방법까지 뒤섞여있다. 공무원이 일반인의 주소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 금지돼있는 독일 니더작센주 등은 사설 통신사에 의존하는 바람에 사전 고지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특히 독일 16개 주 중 5개 주가 사용하고 있는 웹사이트 예약의 경우 총 10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이는 고령층에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독일의 디지털협회인 비트콤의 대표인 아킴 버그는 FT에 “독일 같은 첨단 기술 국가가 백신 예약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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