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쪼개기, 보상 좀 받아본 솜씨" 업자가 본 LH 투기 의혹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후보지를 산 방식은 통상의 매매와 달랐다. 곳곳에 보상 이익을 노린 포석이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기 신도시로 추가 확정된 광명·시흥 지구에 LH 공사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모습. 장진영 기자

3기 신도시로 추가 확정된 광명·시흥 지구에 LH 공사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모습. 장진영 기자

직원들이 공동으로 땅을 사들인 뒤 다시 분할한 게 대표적이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발표와 중앙일보가 확보한 등기부 등본 등에 따르면 LH 직원과 배우자 등 7명은 지난해 2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밭(5025㎡)을 22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5명은 시흥의 한 농협에서만 17억원가량을 대출받아 구매자금을 댔다.
 

왜 1000㎡씩 토지 분할했나 

다섯달 뒤 이 땅은 1000㎡ 이상씩 4필지로 쪼개졌다. 민변 측은 “LH 내부규정을 보면 1000㎡ 이상 토지에 대해 대토보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규정에 맞춰 대토보상을 노리고 1000㎡씩 토지 지분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대토보상은 택지를 조성할 때 일정 면적의 토지를 가진 소유주에게 현금 보상 대신 ‘땅’으로 보상해주는 수용 방식이다.
 
이 같은 추론에 대해 LH 관계자는 “대토 신청이 가능한 토지면적은 주거지역은 60㎡ 이상, 상업ㆍ공업지역은 150㎡ 이상, 녹지지역은 200㎡ 이상, 기타지역은 60㎡ 이상의 토지”라고 했다. 1000㎡에 못 미치는 면적이라도 대토보상 신청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협의양도인 택지 자격 노렸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협의 양도인 택지 보상’을 염두에 둔 지분 구성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공택지 수용지역에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현금 보상에 더해 땅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그 기준이 수도권은 1000㎡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 땅엔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땅을 사들여 개발 이익을 노릴 수 있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 상당수가 LH의 보상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업계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채혜선 기자

3기 신도시 인근의 한 부동산 업자는 “평수를 일률적으로 맞췄다면 대토보상 아니면 협의자 택지를 노리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한 번이라도 수용이 돼서 보상을 받아본 사람은 ‘이 정도 평수면 협의 양도인 택지 권리를 줄 수 있겠구나’라고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토보상이든 협의 양도인 택지든 “좋은 땅으로 받기만 하면 대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지나 주거용으로 별 가치가 없는 땅을 반듯하게 정리된 새 토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토지 수용지역에 실거주하지 않으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대토보상이나 협의 양도인 택지 뿐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신도시 부동산 업자는 “협의 양도인 택지는 보상은 보상대로 받고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권한은 권한대로 받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대토보상보다 낫다고 볼 수 있다”며 “대토를 받든, 협의자 택지를 받든 개발계획을 미리 알고 들어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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