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LH 직원 이익 볼 것 없다" 논란 더 부추긴 황당 변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파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직원 감싸기’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변 장관은 투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해야 할 주무부처 수장이자 이번 투기 의혹이 일어난 3기 신도시 추진 당시 LH 사장이었다.  
 
변 장관은 지난 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직원들의 토지 매입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소관 업무의 주무부처 장관이자 직전에 해당 기관을 경영했던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브리핑 이후 언론사 기자에게 “(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짓이다.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 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고 발언했다.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에 작물이 매말라 있는 모습. [뉴스1]

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에 작물이 매말라 있는 모습. [뉴스1]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 과천지구, 안산 장산지구 등 8곳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변 장관의 발언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5일 변 장관을 국회로 불러 “누구보다 먼저 조사받기를 자청할 정도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추후에라도 조직을 두둔하는 듯한 언동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변 장관의 발언 이후 ‘이미 전수조사 결과가 정해진 것 아니냐’는 불신도 커지고 있다. 전수조사를 진행할 합동조사단에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와 함께 국토부가 참여한다.  
 

“이미 조사 결과 정해졌나” 불신 커져 

6개 기관이 참여하지만 사실상 국토부가 주도하는 상황이다. 이번 전수조사의 핵심이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라서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특정인의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그간 토지 거래 상황을 알 수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100억원대 사전투기 의혹과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100억원대 사전투기 의혹과 관련해 브리핑을 마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변 장관의 발언 내용이 옹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 장관이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짓”이라고 말한 이유는 토지 보상 기준 때문이다. 보유한 땅이 신도시로 수용되면 LH는 감정평가를 거쳐서 해당 토지를 사들인다. 토지 보상제도다. 토지 보상비는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감정평가액은 대개 시세의 70%를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른바 땅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발지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개발지와 맞붙어 있는 땅을 노른자위로 꼽는다. 개발 이익은 개발 대상지와 거의 비슷하게 누리면서 제약 없이 시세대로 수익을 챙길 수 있어서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번에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이 산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 땅을 가보면 보상을 노린 게 분명하다. 일부 땅에는 왕버들나무가 촘촘히 들어서 있는데 나무 사이를 사람이 지날 수 없을 정도로 간격이 좁다. 재배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토지 보상을 할 때는 해당 땅에서 키우고 있는 가축이나 나무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나무는 그루별, 종류별로 보상가격이 책정되는데 왕버들나무는 나무 중에서도 보상가격이 높은 품종이다.  
 
게다가 토지 보상이 현금 보상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변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땅 주인들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한 현금만 받고 LH에 땅을 내어줘야 한다. 하지만 새 땅이나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진다.  
 
크게 세 가지다. 주민공람일 기준으로 1년 전부터 집을 소유하면서 직접 거주한 경우 ‘이주자 택지’를 받을 수 있다.  단독주택 등을 짓는 땅이다.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오종택 기자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오종택 기자

 

토지 보상은 쏙 빼고 옹색한 변명 

이주자 택지 자격에는 못 미치고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1000㎡(수도권) 이상의 땅을 갖고 있으면 ‘협의 양도인 택지’를 받을 수 있다.

역시 단독주택 등을 짓는 땅이다. 가격은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가격과 같은 감정가격인데 경쟁 없이 우선 공급받는다. 2014년 위례신도시에서 공급된 단독주택 용지 경쟁률은 최고 2746대 1이었다.  
 
아예 땅으로 바꿀 수도 있다. 대토 보상이다. 보상금액 범위 내에서 같은 지구 내 개발되는 다른 땅을 받는 것이다. 주거지역 60㎡, 상업·공업지역 150㎡, 녹지지역 200㎡, 기타 60㎡ 이상이면 대토를 신청할 수 있다.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은 협의 양도인 택지나 대토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된 땅을 한 번만 봤다면,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수장으로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이익 볼 게 없다는 것 같은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