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입법 불발된 디폴트 옵션, ‘퇴직연금 수익’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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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사진 김성일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77)

퇴직연금제는 가입자의 노후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여·야 간 제도 개선의 견해차가 크게 없음에도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채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제는 가입자의 노후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여·야 간 제도 개선의 견해차가 크게 없음에도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채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사진 pixabay]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이 일부 개정된다. 2005년 법이 제정된 이래 2012년 전부 개정을 거친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지난 2월 말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에서 가입자에게 의미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도입이 이루어진다. 기업 규모가 작은 사업체일수록 퇴직연금제 도입이 미진해 기업 간 노후소득 보장 격차가 지속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른바 퇴직연금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제도 운용을 맡기는 내용이다. 아래〈표1〉에서 보듯이 300인 이상 퇴직연금제 도입률이 2018년 기준 91.4%인데 비해 30인 미만은 55.3%에 불과해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 중소·영세기업은 재정 및 행정적 부담 등으로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어려워 소속 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이 미흡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이 30명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통한 가입을 유도하고, 합리적인 공적 자산운용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퇴직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사용자의 가입자 교육 위탁 기관에 퇴직연금 사업자 이외에 전문교육기관을 포함하고, 전문교육기관의 요건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은 가입자를 보호하고, 교육을 통해 수익률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눈 가리고 아옹 식’ 교육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가입자 교육을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금융기관이지 교육기관은 아니다. 그리고 교육은 계약의 당사자인 사용자와 사업자가 아닌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입자 입장에서 매우 아쉬운 것은 개정안에는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 옵션)’가 빠진 점이다. 이 제도는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적격 상품에 편입시켜 가입자의 자산운용에 대한 부담 혹은 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위한 것이다. 현재 발의된 법 개정안은 가입자가 4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 지정 운용 방법으로 운용될 것임을 통지하고, 다시 2주가 지날 때까지 운용지시가 없으면 사전 지정 운용 방법의 실행에 들어가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디폴트 옵션이 필요한 이유는 원리금 보장상품 금리는 지속적인 하락추세(〈그림1〉참조)이고, 아래의 〈표2〉에 보는 바와 같이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IRP(개인형퇴직연금)를 제외하고 크게 늘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중 56조원(83%)은 원리금 보장형이다.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은 1.68%에 불과했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를 투자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이미 영국, 미국, 호주 등과 같은 연금 선진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최근에 시행했다. 연금 선진국들은 디폴트 옵션을 통해 연평균 7% 정도의 수익률을 보인다.
 
 
그러나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퇴직연금사업자에게 다시 또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가 상품 라인업을 구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 제도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개연성이 어느 정도 있다. 둘째, 만약 사전 지정 제도에 편입된 상품에서 추후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없어 법적 분쟁의 소지가 크다. 장기 투자 상품을 골라 손실이 나지 않도록 설계된 상품을 넣으면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출 수 있겠지만, 실적배당상품이 편입되기 때문에 미래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를 일이다. 셋째, 현재 퇴직연금 제도에서 채택하고 있는 투자 한도 제한을 계속 적용해 레버리지 투자나 일반 주식 투자는 어려워지겠지만, 이럴 경우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작아지기 때문에 가입자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퇴직연금제는 가입자의 노후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도입된 지 17년째에 접어든 퇴직연금 제도가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여·야 간 제도 개선의 견해차가 크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채 법 개정이 번번이 발목 잡혀 오고 있다. 3월에 현재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시행령 제정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기금형은 참여기업에 어떤 혜택을 줄 것이고, 가입자 교육 전문기관은 퇴직연금사업자와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지 현재로썬 알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디폴트 옵션은 언제 도입될지 알 수 없다. 시장의 변화에 대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퇴직연금을 활용한 노후복지는 먼 나라 얘기가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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