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악재 덮친 땅, 발 디뎠다…84세 교황의 '위험한 여행'

프란치스코 교황의 3월 5~8일 중동국가 이라크 방문은 너무도 ‘위험한 여행’이다. 이번 방문은 교황의 고령과 이라크 현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화, 그리고 보안과 테러 위협이라는 세 가지 악재 속에서 이뤄진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기독교 교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는 벽화가 이라크 국기와 함께 그려져 있다. 이라크 국기의 가운데에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알라후 아크바르다'가 적혀 있다. 이슬람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할 때나 감탄할 일이 있을 때, 용기를 북돋울 때 흔히 하는 말이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의 기독교 교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환영하는 벽화가 이라크 국기와 함께 그려져 있다. 이라크 국기의 가운데에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알라후 아크바르다'가 적혀 있다. 이슬람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할 때나 감탄할 일이 있을 때, 용기를 북돋울 때 흔히 하는 말이다. AFP=연합뉴스

바티칸과 이라크의 시차가 2시간, 거리가 3000㎞로 비행시간이 4시간 10분 정도다. 바그다드의 현재 낮 최고 기온은 섭씨 20~24도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여행이 큰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3월 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의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전통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교황은 이라크 방문 기간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많은 박해를 받은 이라크 기독교 공동체를 위로하고 종교간 대화와 공존, 그리고 평화를 강조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3월 5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의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전통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교황은 이라크 방문 기간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많은 박해를 받은 이라크 기독교 공동체를 위로하고 종교간 대화와 공존, 그리고 평화를 강조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교황 고령, 코로나19와 테러 불안

하지만 1936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84세의 고령인 교황에게 해외여행은 만만치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라크에서 교황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수행 사제들의 부축을 받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아브라함의 탄생지로 알려진 우르의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를 한 뒤 일어서면서 수행 사제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아브라함의 탄생지로 알려진 우르의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를 한 뒤 일어서면서 수행 사제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게다가 교황이 코로나바이러스 접종을 받았다고 해도 이라크의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도미터에 따르면 3월 7일까지 확진자 72만3000명 이상, 사망자 1만3500명 이상이 나왔다. 중동에서 이란 다음으로 피해가 심하다. 일일 확진자 발생은 지난해 9월 23일 5055명이 나온 뒤 조금씩 줄었으나 지난 1월 하순부터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3월 3일 5173명, 4일 5043명, 5일 5127명, 6일 4068명을 각각 기록했다. 이라크 인구가 3840만 명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지난 2월 22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거리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22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거리에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의 보안 상황도 그리 녹록하지 않다. 지난 2월 15일에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인 에르빌의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미군 기지가 최소 3발의 로켓탄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미국 계약업체 소속 외국인 1명이 사망하고 미군 1명 등 적어도 14명이 부상했다고 VOA가 보도했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노린 공격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라야 아울리야 알담’이라는 단체가 자신들이 ‘미군 점령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15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국제공한 인근 미군 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 최소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15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국제공한 인근 미군 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 최소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 AFP=연합뉴스

거기에 더해 2월 20일에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5㎞쯤 떨어진 타미야흐라는 곳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잔당이 보안군을 공격해 IS 무장대원 5명과 이라크 보안군 2명이 숨졌다. 이라크의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는 현장으로 달려가 수습을 지휘했다. 이라크는 여전히 테러 조직인 IS의 무장대원이나 정체불명의 단체가 공격을 벌여 사람들이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라크의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가 지난 20일 이라크 보안군을 공격하다 숨진 이슬람국가(IS) 무장대원과 이들을 막다 희생된 보안대원들의 시신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의 무스타파 알카드헤미 총리가 지난 20일 이라크 보안군을 공격하다 숨진 이슬람국가(IS) 무장대원과 이들을 막다 희생된 보안대원들의 시신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이라크 방문은 고령과 코로나19, 그리고 테러 위협이라는 세 가지 악재 속에서 무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황은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지만 이라크 방문을 결행했다.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를 찾은 것일까.  
 
이라크 북부 모술에 있는 시리아 가톨릭 교회의 성모교회의 모습. 이슬람국가(IS)에 3년간 점령된 기간에 철저히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모술에 있는 시리아 가톨릭 교회의 성모교회의 모습. 이슬람국가(IS)에 3년간 점령된 기간에 철저히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이라크의 소수 기독교 공동체 찾아  

먼저, 교황의 일정을 살펴보자. 교황청의 공보를 맡은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찾아 이라크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는 공식 일정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바그다드에 있는 동방 가톨릭 교회를 찾는다. 이라크 전쟁 전만 해도 100만 명에 가까웠다고 하는 이라크 기독교도는 전쟁 이후 박해 등으로 현재는 숫자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줄었다. 그런 다음 남부 도시 나시리야를 찾아 교외에 있는 고대국가 수메르의 도시인 우르의 유적을 찾는다. 이 도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출생지로 알려졌다. 다음날 북부로 이동해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터전인 모술과 근처에 있는 기독교인 마을인 카라코시를 방문한다.  
6000년 이상 된 고대 수메르의 도시 우르의 유적.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으로 이어진 유일신 신앙이 발원한 아바르함의 탄생지로 알려졌다. 지난 3월 6일 유적 근처에서 교황이 참석하는 종교간 대화가 열렸다. AP=연합뉴스

6000년 이상 된 고대 수메르의 도시 우르의 유적.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으로 이어진 유일신 신앙이 발원한 아바르함의 탄생지로 알려졌다. 지난 3월 6일 유적 근처에서 교황이 참석하는 종교간 대화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유대·기독·이슬람 근원 아브라함의 자취 찾아

교황이 찾는 지역을 자세히 따져보자. 우르는 기원전 3800년쯤에 처음 건설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도시로 아브라함이 기원전 2166년쯤에 태어난 도시다. 우르 유적에 있는 텔엘무카야르라는 언덕을 아브라함이 태어난 생가로 생각한다. 아브라함의 이름은 구약성서와 쿠란에 이름과 신앙이 기록됐다. 유대인과 아랍인 모두 그를 조상으로 여긴다.  
3월 6일 이라크 나시리아 근처의 고대 도시 우르의 유적지에 있는 아브라함의 집에서 종교간 대화와 연합 종교행사를 벌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

3월 6일 이라크 나시리아 근처의 고대 도시 우르의 유적지에 있는 아브라함의 집에서 종교간 대화와 연합 종교행사를 벌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

유대교에선 아브라함이 처음으로 우상숭배를 거부하고 유일신을 믿은 인물로 본다. 기독교에서도 같은 이유로 ‘믿음의 조상’으로 여긴다. 이슬람에선 이브라힘으로 부르는 그를 아담에서 무함마드에 이르는 25명의 예언자의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특히 진실한 믿음의 상징으로 여긴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을 아브라함을 기원으로 하는 유일신 사상을 바탕으로 서로 공통적인 신앙과 철학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세 종교를 중심으로 여기에서 파생된 다른 종교들을 합쳐 ‘아브라함 종교’로 부른다.
3얼 5일 방탄 차량을 타고 엄중 경호를 받으며 바그다드에서 이동하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3얼 5일 방탄 차량을 타고 엄중 경호를 받으며 바그다드에서 이동하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따라서 교황이 우르를 찾는 것은 가톨릭 수장으로서 신앙의 근원을 따져보는 의미가 있다. 이울러 뿌리가 같은 아브라함 종교끼리 서로 갈등하지 말고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서로 평화와 공존을 도모하자고 호소하는 의미가 크다. 실제로 교황은 우르 유적에 있는 아브라함의 생가 터(추정)에서 이슬람을 비롯한 이라크의 타종교 지도자들을 만났다.  
이슬람국가(IS)의 반달리즘으로 폐허로 변한 모술의 시리아 가톨릭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 AFP=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의 반달리즘으로 폐허로 변한 모술의 시리아 가톨릭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 AFP=연합뉴스

 

중동 메트로폴리스로 IS 피해 본 모술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할 이라크 북부 유전도시 모술은 신앙의 다양성과 공존, 그리고 극단주의와 관련해서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도시다. 이 도시는 이라크가 혼란에 빠져있던 2016년 6월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점령당했다. IS는 이슬람 수니파 이외의 종교를 악으로 간주해 박해와 학살, 집단 강간, 인신매매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다 결국 2016년 10월 이라크군과 쿠르드족 자치군, 그리고 미국·영국·프랑스·호주·독일 등의 연합해 탈환 작전을 시작했다. 2017년 7월 9일 이라크 정부는 이 도시를 탈환하고 ‘해방을 선언했다. 2014년 6월 IS 점령 이후 3년 만이다.  
이라크 북부 기독교도 마을인 쿠라코시의 시리아 가톨릭 교회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에서 지난달 28일 신자들이 미사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기독교도 마을인 쿠라코시의 시리아 가톨릭 교회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에서 지난달 28일 신자들이 미사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때 인구 184만으로 이라크에서 수도 바그다드 다음으로 큰 도시였던 모술의 탈환은 극단주의 축출, 석유자원 회복 등 정치·경제적 측면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 모술은 중동에선 드물게 민족적·종교적·문화적 다양성과 공존을 자랑하던 메트로폴리탄 도시였기 때문이다. 문화·역사·종교적 유적과 유물이 넘치던 도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 등에 따르면 모술의 주민은 아랍인이 주류지만 쿠르드인과 야지드인·아시리아인·아르메니아인·투르크멘인·샤바크인·만데아인·카윌리인·시르카시아·유대인·집시 등 수많은 소수민족이 함께 공존했다.  
종교적으로도 지역 주류인 이슬람에선 수니파와 시아파는 물론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파도 모술에 존재했다. 기독교도 다양하게 공존했다. 역사책에나 등장했던 네스토리우스파(예수의 삼위일체설을 인정하지 않는 종파)인 아시리아 기독교를 비롯해 아르메니아정교·칼데아가톨릭·시리아가톨릭 등 기독교와 야지드교·샤바크교·야르시니교·만데아교 등 실로 다양한 소수종교가 존재했다. 이슬람 이전 이웃 페르시아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 신자도 있었다. 인도와의 교류 흔적을 보여주는 불교도·힌두교도도 소수 존재했다. 바빌론유수 때 건너왔다가 귀환하지 않은 이라크 유대인의 후손들도 살았다.  
다민족·다종교·다문화 도시인 만큼 모술에는 역사 유적과 건축미나 장식이 뛰어난 모스크·교회·수도원·성채·학교 등 고대와 중세의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유물로 가득 찼다. 모술을 가로지르는 티그리스강 동쪽의 평원에는 구약성서에도 등장하는 고대국가 아시리아(기원전 25세기~기원전 605년)의 수도였던 니느웨(니네베)와 님루드의 유적도 있다.  
그런데 IS는 3년간의 점령 기간 중 이 메트로폴리탄 도시에서 반달리즘(문화유산 파괴)을 자행했다. IS는 2015년 2월 26일 모술 박물관에 난입해 아시리아 유물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거나 훔쳐갔으며 3월에는 님루드 등의 유적을 불도저와 망치 등으로 조직적으로 파괴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칼데아 가톨릭의 성요셉 교회. AFP=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칼데아 가톨릭의 성요셉 교회. AFP=연합뉴스

 

구약성서 유적과 기독교회 초토화

모술은 구약성서에 예루살렘을 점령한 나라로 등장하는 아시리아의 수도가 자리 잡았던 곳이라 관련 유적이 상당하다. IS는 이를 조직적으로, 철저하게 파괴했다.  
대표적인 곳이 구약성서 ‘요나서’의 주인공인 예언자 요나의 묘지다. 요나는 니느웨의 고대 아시리아 궁전 터에 묻혔다. 나중에 그 자리에는 아시리아 교회에 이어 이슬람의 '예언자 유누스(요나의 아랍어) 모스크'가 들어섰다. 구약에 따르면 요나는 아시리아 수도인 니느웨에 가서 심판 설교를 하라는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도망치려다 배가 풍랑을 만나 물고기(고래로 추정) 배 속에 사흘간 갇혀 지내면서 잘못을 깨닫고 회개했다. 이슬람 전승에도 예언자 무함마드가 자신에게 포도를 가져다준 시종 아다스가 고향을 묻는 질문에 니네베 출신이라고 하자 “요나의 도시”라고 외친 뒤 자신과 요나가 같은 예언자 ‘형제’라고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이 모스크에는 요나의 고난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고래 이빨도 전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뉴스에 따르면 IS는 이 모스크와 묘지가 '기도가 아닌 배교의 장소가 되고 있다'며 2014년 7월 24일 폭탄으로 파괴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의 셋째 아들이자 카인과 아벨의 동생으로 등장하는 세트를 기리는 사원도 2014년 7월 26일 무너뜨렸다.  
구약성서 다니엘서의 주인공인 예언자 다니엘의 묘지로 알려진 유적도 2014년 7월 폐허가 됐다. 다니엘의 묘지로 알려진 전 세계 6곳 중 하나다.
지난 3월 5일 교황이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자 이라크를 대표하는 다양한 민족이 나와 춤으로 환영하고 있다. 전쟁과 극단주의의 피해를 입기 전까지 이라크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5일 교황이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자 이라크를 대표하는 다양한 민족이 나와 춤으로 환영하고 있다. 전쟁과 극단주의의 피해를 입기 전까지 이라크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술의 이라크 기독교회, IS가 조직적 파괴

IS는 이라크에서 기독교도가 가장 많은 모술에 입성한 즉시 모든 기독교회 파괴령을 내렸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유적인 다이르 마르 엘리아(성 엘리아) 수도원은 그해 8~9월 파괴됐다. 595년 칼데아 가톨릭 교회 소속 엘리아 신부가 세운 것으로 기독교도들의 순례지였다. 1743년 이곳에 쳐들어온 페르시아인 무슬림들이 개종을 거부한다고 이곳의 신부와 수사 150명을 학살한 기독교의 순교 성지이기도 하다. 그 뒤 유적만 남아 있었는데 IS는 이마저도 폐허로 만들었다.  
IS는 아시리아 정교의 성모마리아 교회도 2014년 7월 산산조각 냈다. 10세기에 지어진 칼데아 가톨릭 교회인 성마르쿠르카스 교회도 2015년 3월 9일 무너뜨렸으며 인근에 있는 기독교도 공동묘지는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5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리아가톨릭교회 소속 구원의 성모 교회에서 행사를 마친 뒤 현지 지도자와 수행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5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리아가톨릭교회 소속 구원의 성모 교회에서 행사를 마친 뒤 현지 지도자와 수행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슬람 모스크도 폭발

이슬람 종교시설과 유적도 극단주의자 IS의 파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12세기에 지어진 알누리 대모스크다. 이 모스크는 45m 높이의 기울어진 미나리트(이슬람사원의 첨탑)로 유명하다. 알누리 대모스크는 이 때문에 알하드바(척추장애인)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중동의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했다.  
850년간 갖은 전란에서도 꿋꿋하게 버텼지만 지난 6월 21일 모술 전투 도중 폭발로 폐허가 됐다. 이라크군은 IS의 반달리즘이라고 했지만 IS는 미군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선전했다. BBC방송은 목격자 증언과 비디오 자료 등을 종합해 건물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알누리 대모스크는 IS 창시자 아부바카르 알바그다디가 2014년 6월 스스로 칼리프(초기 이슬람 세계의 정치·종교 일치 군주)로 즉위했던 장소인데 IS가 이런 '성지'를 적의 손에 내주느니 차라리 파괴하는 길을 택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라크 북부의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슈에서 교황 방문을 앞두고 사전 행사가 열리자 한 여성이 셀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북부의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슈에서 교황 방문을 앞두고 사전 행사가 열리자 한 여성이 셀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스크도 장식이나 벽화 있으면 파괴

IS의 반달리즘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IS는 이슬람 공동체의 중심인 모스크도 장식 요소나 벽화가 있으면 무조건 제거했다. 심지어 쿠란 구절이나 ‘알라(신)’라고 적은 글씨도 장식체 아랍문자로 적었으면 예외 없이 부쉈다. ‘잘못된 창작이며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지역 이맘(이슬람 예배 지도자)이 신의 이름이 적힌 글자를 부술 수 없다며 반대하자 IS는 총을 난사했다.  
이슬람의 기하학 수준을 보여주는 원뿔 모양의 독특한 돔과 정밀한 기교를 자랑하는 벽돌 장식, 모술산 푸른 대리석에 새긴 아랍어 붓글씨 등으로 이슬람 장식미술의 보고로 불리던 마샤드 야흐야 아불 카셈 모스크도 2014년 7월 23일 IS의 손에 의해 사라졌다.  
2014년 7월 25일에는 13세기 몽골 침략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유서 깊은 이슬람 사원인 이맘 아운 알딘 사원이 뒤를 이었다. 1881년 오스만튀르크 지배 시절 시내 중심부에 건립된 하무카도 모스크는 장식이 없는데도 파괴했다. 현지 주민들이 내부의 무덤을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미신행위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015년 3월에는 1880년에 지어진 아무 알카두 모스크를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622년에 헤지라(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해)로 시작된 이슬람 역사의 초기에 해당하는 기원 640년에 처음 건설된 우마이드 모스크는 IS의 파괴에서 살아남았으나 모술 전투 중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라크 북부 니네베 주의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에서 지난 3월 5일 가톨릭 수녀가 현지 청년들과 함께 교황의 이라크 도착을 환영하는 율동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니네베 주의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에서 지난 3월 5일 가톨릭 수녀가 현지 청년들과 함께 교황의 이라크 도착을 환영하는 율동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종교적 '정화' 명분 반달리즘    

IS는 문화재 파괴행위를 ‘종교적 정화행위’라며 합리화한다.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인 살라피즘(또는 와하비즘)에 의하면 유일신 알라를 믿는 것 외에 미신적이고 이교적인 요소인 시르크(다신교)를 추방하는 엄격한 정화행위를 통해 ‘타위드’, 즉 유일신인 하나님과의 일체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I이라크 기독교도들이 지난 2월 23일 북부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에 있는 성모마리아 교회의 지붕을 청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I이라크 기독교도들이 지난 2월 23일 북부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에 있는 성모마리아 교회의 지붕을 청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IS는 자신들이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팔미라 등지에서 저지른 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수니 이슬람의 전통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무슬림 통치자들은 7세기 이슬람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역사적인 문화유산에 손을 댄 적이 없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이라크의 고대 바빌론과 아시리아 유적이 지금까지 온전했던 이유다. IS의 주장이 이슬람 세계에서 허구로 통하는 이유다. 다만 살라피즘을 추종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사우드 왕가가 1801년 지금 이라크 남부 카르발라를 점령해 시아파 성지를 '다신교 풍습'이라며 파괴한 전력은 있다.  
 
이라크 북부 모술의 시리아 가톨릭 교회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의 폐허 앞에서 신자들이 지난 3월 2일 교황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북부 모술의 시리아 가톨릭 교회 소속 성모마리아 교회의 폐허 앞에서 신자들이 지난 3월 2일 교황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달고 있다. AFP=연합뉴스

극단주의 IS의 극단적인 반달리즘

IS는 문화재 파괴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신들이 극단주의 세력의 구심점임을 선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피지배층에게 저항 의지를 억누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어차피 옮길 수 없는 건축물이나 유적만 파괴하면서 쉽게 유출할 수 있는 중소형 문화재를 유럽과 북미 등으로 밀수출해 돈을 벌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유엔이 2011년부터 시리아 등지의 골동품 거래를 금지했음에도 IS의 인류 문화유산 유출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BBC의 보도다.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인 알리 알시스타니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인 알리 알시스타니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IS는 카타이브 타스위야(정착 대대)라는 특수부대를 운영하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문화재를 파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네스코는 이를 두고 “문화적 청소”라고 비판했다. 유네스코는 극단주의자들의 반달리즘으로부터 문화유산을 지키는 유나이티드포헤리티지(Unite4Heritage) 운동을 벌여왔다. IS의 반달리즘은 민족적·종교적·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도전이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다종교·다문화의 소통과 공존은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는 사실을 비극적인 도시 모술은 잘 보여준다.  
 

교황, 종교·문화 다른 지역 찾으며 소통  

이라크 바그다드의 성요셥 교회에서 3월 6일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의 성요셥 교회에서 3월 6일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교황의 그간 행적과 이번 일정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7세였던 2013년 3월 13일 즉위한 뒤로 전 세계를 다니며 사랑과 관용, 그리고 공존을 역설했다. 교황의 주요 방문국을 살펴보면 가톨릭이나 기독교 국가는 물론 이슬람·불교 국가와 종교가 사실상 사라져가는 일당독재 공산국가까지 찾았음을 알 수 있다. 교황의 첫 해외 방문은 전임 베네딕토 16세 시절에 약속이 됐던 브라질을 2013년 처음 방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2014년엔 이스라엘·요르단·팔레스타인을 찾았다. 기독교도가 소수인 지역이다. 그해 한국에 이어 알바니아와 프랑스, 그리고 터키를 방문했다. 알바니아는 테레사 수녀를 배출했지만 무슬림이 다수이고 기독교도가 소수다. 터키는 동방정교 이스탄불 대주교가 자리 잡고 있지만 주민의 절대 다수가 무슬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이라크 남부 우르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이라크 남부 우르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교황의 종교간 대화와 공존 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엔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와 가톨릭 국가(남부에는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필리핀에 이어 무슬림인 보스니아인과 동방정교도인 세르비아인, 그리고 가톨릭인 크로아티아인이 1990년대에 내전을 벌였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찾았다. 게다가 미국을 찾으면서 공산국가인 쿠바도 방문했다. 쿠바는 2016년 다시 방문했으며, 그해 카프카스 지역의 정교 국가 조지아와 무슬림 국가 아제르바이잔도 찾았다.  
교황이 3월 6일 우르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에 참석하기 전에 현지 관계자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이 3월 6일 우르 유적지에서 종교간 대화에 참석하기 전에 현지 관계자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에는 다수 무슬림과 소수 곱트 기독교도가 공존하는 이집트에 이어 로힝야족 추방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미얀마와 70만 명 이상의 로힝야 난민을 받은 이웃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정치적인 발언은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방문 자체로 핍박받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을 것이다. 
2019년에는 무슬림 국가지만 수많은 다종교·다문화 외국인 이주민을 품고 있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미사를 집전했다. UAE는 마침 2019년을 ‘관용의 해’로 선포하고 다종교·다문화의 공존을 강조했다. 교황은 그해 또 다른 무슬림 국가인 모로코도 방문했다. 그해 불교국가인 태국과 기독교 인구가 희박한 일본도 찾았다.  
사상 처음 이라크를 찾은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종교간 대화에 참석하면서 손을 모으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상 처음 이라크를 찾은 교황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6일 종교간 대화에 참석하면서 손을 모으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처럼 서로 다른 종교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서로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자는 것이 바로 교황의 뜻일 것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84세의 고령과 코로나19, 그리고 테러 위험에도 이라크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교황은 그동안 이라크와 모술을 위해 그동안 숱하게 기도하셨을 것이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이라크에서 핍박 받아왔던 신자들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평화와 공존의 뜻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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