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을 이겨낸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배우 최명길 부부가 2018년 10월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에서 열린 tvN '따로 또 같이'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대통령감으로 윤석열 총장은 어떻습니까.”
1년 전 어느 날,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함께 식사하던 여권의 한 원로 인사에게 “윤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한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원로 인사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흘려 들은 이야긴데, 윤 전 총장의 사퇴 국면과 맞물려 이 말이 자꾸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한길 "'尹 대통령' 어떻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전 총장과 김 전 대표의 친분에 대해 “제법 알려진 사실”이란 평가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꾀돌이(기획통, 책사)’로 불렸다. 민주당에 오래 몸담았던 김 전 대표는 당내 친문ㆍ친노계와 갈등을 겪다가 2016년 1월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을 잡았었다.
이를 두고 한때 ‘김한길계’로 불렸던 한 전직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배후가 김 전 대표라면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강경 보수 성향 인사를 제외한 여야의 ‘반문’ 세력 결집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尹, '반기문 사례' 복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를 나와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코바나컨텐츠는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뉴스1
정치권에선 4ㆍ7 재보선 이후 본격화될 야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 머무를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재보선 이후의 야권 지형 변화는 현재로썬 예측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정치 상황 변화가 다 결부돼야 판단 가능한 것”이라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제3지대가 성공을 한 적이 없다. 정치란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선 그가 최근 19대 대선 당시의 ‘반기문 사례’를 복기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2017년 1월 귀국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선주자 지지율 30%대를 기록하며 단숨에 당시 여권의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지만, 귀국 20일 만에 중도 사퇴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각양각색이지만, “제3지대의 한계”란 점에 대해선 대체로 일치한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윤 전 총장은 반 전 총장이 외교관 출신 인사를 참모로 두고 기존 정당의 합류를 거부하는 등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둔 게 오히려 패착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