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에 한명…남편‧애인에게 여성이 살해당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여성이 최소 228명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여성의전화는 2020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97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131명이었다. 1.6일마다 한 건씩 보도된 셈이다.  
 
또한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7명에 달했다. 특히 피해 여성의 자녀에 대한 피해가 37건으로 가장 많았다.  
 
단체는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라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실제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만나줘서” “가정폭력으로 신고해서”

가해자들이 밝힌 범행 동기로는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53명(23.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홧김에, 싸우다가’ 등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가해자가 52명(2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이 34명(14.9%)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자신을 무시해서’ 9명(3.9%), ‘성관계를 거부해서’가 범행 동기인 사례도 6명(2.6%)이었다.  
 
단체는 “언뜻 보면 각기 다른 이유인 듯 보이지만 결국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귀결된다”며 “가해자들에게 피해 여성은 자신이 시키는 대로 따라주어야 하는 존재이자 벗어날 경우 해쳐도 되는 존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사랑싸움’ 시선에 위축되는 피해자들

단체가 지난해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당한 여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자신이 피해자임을 스스로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입을 모았다. 애인‧가족 등에게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랑싸움’ 혹은 ‘애정표현’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법원의 판결로도 이어졌다. 가해자가 여성의 신체를 만지려다 거부당하자 흉기를 휘두른 사건에서 이 남성은 범행 일주일 전부터 흉기를 구매해 가방에 넣어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칼이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취업하면 사용하려고 샀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1심보다 5년을 감형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한다면 피해자는 계속해서 위축되고, 가해자는 당당해질 것”이라며 “정부는 관련 법체계를 점검하고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시행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