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데’ 쓴 돈 외에는 사실상 모든 씀씀이를 줄였다. 더 줄일 수 없는 필수생계비인 식료품비와 주거비는 전체 지출 절반에 육박했다. 씀씀이 줄이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밥상 물가가 오른 탓에 1분위 전체 소비액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5분위별 소비지출구성.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폭이지만 1분위 씀씀이가 증가한 것은 저소득층일수록 전체 소득에서 음식·주거 등 필수생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분위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 음료(22.3%)와 주거·수도·광열(19.9%)이 차지하는 비중은 42.2%였다. 2019년 두 분야 지출 비중이 39.4%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었다.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의 지난해 해당 분야 비중은 21.7%에 불과하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음식과 주거비같이 생계와 연계된 항목은 아무리 코로나 19로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해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1분위 가구들은 이들 비중이 높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이기가 더 힘들었다” 했다.
생계비를 더 줄일 수 없는데, 물가는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는 2019년에 비해 4.4%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집콕족(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란 신조어)’이 늘면서 그만큼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전년 대비 지난해 1분위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15.7%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전체 지출도 소폭 늘어났다. 반면 교육(-23.7%)과 의류·신발(-10.6%) 지출은 큰 폭으로 줄였다. 하지만 총지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씀씀이는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었다.
청년 취업난에 1인 가구는 지갑 닫아
가구원 수별로 보면 코로나19 영향에 3인 가구(1.0%)를 제외하고 모든 가구의 소비 지출이 전년보다 줄긴 했다. 하지만 소비 지출 감소 폭이 1인 가구에서 더 두드러졌다. 1인 가구를 제외하고 소비 많이 준 것은 5인 이상(-2.5%) 가구였지만, 소폭 감소에 그쳤다.
1인 가구 지출 감소는 청년층 지갑이 가벼워진 탓이다. 1인 가구 구성을 보면 40대 미만 젊은 층 비중이 전체 약 35% 정도로 가장 많다. 이 연령층에서 지난해 지출을 많이 줄여 전체 1인 가구 소비도 많이 감소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1인 가구 소비지출 내용을 보면 주로 젊은 층 소비가 많은 교육(-40.2%)·교통(-33.0%)·의류 신발(-15.9%)에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이들이 많이 속한 1인 가구의 소비 지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뉴스1
정 과장은 “1인 가구에서 40대 미만 젊은 층이 주로 차를 구매하는데, 취업난 등으로 이들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자동차 구매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