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는 민주당에 화났고, '이여자'는 맘줄 곳 못 정했다

같은 세대, 왜 지지후보 달랐나

같은 세대, 왜 지지후보 달랐나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달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20대 유권자의 선택이었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유권자가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실제 투표로 이어지느냐가 정치권의 관심사였다.
 
뚜껑을 열어 보니 20대 표심은 성별에 따라 엇갈렸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만 18세 이상 포함)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지지를 몰아줬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은 비율은 22.2%에 그쳤다. 지지율을 세대·성별로 세분화했을 때 오 시장 지지가 70%를 넘은 건 60대 이상 여성(73.3%), 60대 이상 남성(70.2%), 그리고 20대 남성이 해당됐다.
 
반면에 20대 여성의 표심은 오히려 박영선 후보 쪽으로 약간 기운 듯하게 팽팽했다. 44.0%가 박 후보를, 40.9%가 오 시장을 뽑았다고 답했다. 오 시장보다 박 후보 지지율이 높은 건 40대 남성과 20대 여성뿐이었다. ‘기타 후보’를 뽑았다는 20대 여성은 15.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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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녀가 처음부터 달랐던 건 아니다. 불과 4년여 전만 해도 20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 공신이자, 든든한 지지층이었다. 정권 초인 2017년 7월 9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는 무려 90.7%에 달했다.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9%에 그쳤다(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랬던 20대 남녀가 문재인 정부 2년 차부터 갈라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 기점을 2018년 사회를 강타한 젠더 갈등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양성평등, 여성 폭력 추방 등 이슈가 사회 의제로 떠오르면서 젊은 여성들이 ‘혜화역 집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대 남성 사이에선 반대로 역차별이나 박탈감을 호소하는 여론이 조성됐다. 그해 곰탕집 성추행 징역형 판결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등이 잇따라 나오자 20대 남성들의 ‘탈문(탈 문재인) 현상’이 두드러졌다.
 
2018년 리얼미터 조사(12월 10~14일 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 중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가장 높은 세대가 20대 남성(부정 64.1%, 긍정 29.4%)이었고, 긍정 평가가 가장 높은 세대가 20대 여성(부정 29.1%, 긍정 63.5%)이었다.
 
2019년 조국 사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는 남녀 할 것 없이 술렁댔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태는 젠더 이슈에 민감한 20대 여성 일부까지 정권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20대 남성은 과거 미투 운동, 젠더 갈등 국면에서 이미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며 “반면에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인 20대 여성의 상당수는 자신들이 거부한 보수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여전히 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이 박 후보를 밀어준 것처럼 보이지만, 20대 여성의 박 후보 지지율(44.0%)은 50대 남성(45.1%)보다도 낮다”며 “20대 남성의 ‘오세훈 몰아주기’ 현상에 가렸지만, 과거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20대 여성이 상당수 여권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대선의 핫 포인트는 갈 곳을 못 정한 20대 여성 표심”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44%), 오세훈(41%), 기타(15%)로 갈린 20대 여성의 표심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인식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대 여성들의 오 후보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부동산이나 공정 등 이슈에서 야당이 성과를 내면 대선에선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변동성 높은 세대”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