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이 PC방은 피해자 중 큰딸이 종종 방문하던 곳으로 이곳을 찾은 김씨는 게임은 하지 않고 약 13분 동안 머문 뒤 피해자의 주거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독자
'택배 송장 태우기', '싼 향수 뿌리기' 등 방법 공유 늘어나

노원구 세모녀 사건으로 택배송장 처리방법에 대한 글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SNS캡쳐
노원구 세 모녀 사건으로 SNS에서는 이처럼 택배 송장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화제다. 택배 송장에 집 주소와 주문자의 이름 등이 나오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아세톤, 싼 향수 등을 뿌리면 송장의 잉크가 날아간다', '생각보다 알코올로는 안 지워진다' 등의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사생활 보호용으로 나오는 검은색 딱풀과 롤링 스탬프를 추천하는 글도 올라온다. 송장 위에 덧칠해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에도 2030 여성의 마음은 편치 않다. 서울 강남구에서 홀로 자취 중인 직장인 박모(27)씨는 “세 모녀 사건 이후 부모님이 걱정하는 연락이 많이 온다. 그중에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택배 송장 처리를 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세톤의 방법 등을 친구들과 많이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해서 완전히 태우거나 파쇄기를 한 대 들여놔야 하나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대면 배달에 대한 두려움↑ ‘곽두팔’ 가명 다시 인기

노원구 세모녀 사건으로 택배송장 처리방법에 대한 글과 후기들이 SNS에 공유됐다. SNS캡쳐SNS캡쳐
2년 전 유행하듯 번진 '곽두팔', '육만춘'과 같은 택배 예명 리스트도 다시 등장했다. 이는 택배를 시킬 때 본명 대신 '센 이름'의 가명을 사용해 범죄 표적이 되지 않으려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여성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주 세 보이는 이름 모음' 리스트가 돈다. 이 방법은 2019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늘면서 확산했다.
2030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현실에 피로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28)씨는 “자취하면서 음식 배달할 일이 많아 ‘집 앞에 두고 가달라’라는 요청 사항을 매번 한다. 하지만 노원구 사건 이후로 복도에 누군가 숨어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들어 배달도 줄여야 하나 싶고 주거 관리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무서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사건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퀵 배달 기사나 배달원을 무서움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도 서글프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