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드는 세월호 7주기…'구조 외면 3009함' 추모식에 보낸 해경

세월호 7주기를 앞두고 사고 발생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을 개최하려던 유가족들이 해경이 제공한 '3009함' 승선을 거부하며 추모식을 취소했다. 3009함이 세월호 사건 당시 구조에 활용되지 않아 유족들에게 상처로 남은 선박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국가적·사회적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얻은 유족들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앞에서 유가족들이 3009함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 앞에서 유가족들이 3009함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구조 외면했던 배 탈 수 없다”

지난 11일 해경은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협의회) 등이 사고 해역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3009함을 제공했다. 이 배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현장을 지휘했던 지휘함이다. 함정 헬기에 구급 환자를 태우지 않고 해경 지휘부를 태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기억하는 협의회의 유족들은 내부 회의를 열어 배에 탑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참사해역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선상 추모식을 취소하고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 선체 앞에서 묵념과 헌화를 했다. 장동원 협의회 총괄팀장은 “3009함을 배치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이어 “해경 본청과는 한 달 전부터 행사에 대해 논의했다. 서해 해경은 코로나19로 인해 인원에 제한이 있다고만 했지, 배에 대한 부분은 사전에 얘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7주기에도 세월호의 아픔은 이어지고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세심하지 못했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더니” “위선 정권답다” 등의 댓글로 해경과 정부를 질타했다. 반면, “해양 경비 함정을 추모에 사용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유족들의 원한은 이해하지만 이러면 등 돌리는 국민이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반응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유가족들이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유가족들이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해경, “3000t급 두 척 중 한 대는 해상 경비”

3009함 논란에 해경은 난감하다는 반응이었다. 박정일 서해 해경 홍보계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한 인원을 태우려면 3000t의 선박이 필요했다. 목포 해경에는 현재 3000t급이 3009함과 3015함 두 척이 있는데, 3015함이 해상 경비를 하고 있고 정박해 있던 배가 3009함이다 보니까 그 배를 선정하게 된 것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계장은 “지난해에는 3015함이 부두에 정박해 있었기 때문에 지원했고, 올해는 3009함이 있어서 지원한 것”이라며 “3015함을 들어오게 해 세월호 행사 지원을 하면 예산 지출과 해상 주권 수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에 대해선 “담당 부서에서도 고민해서 결정을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3009함은 정박해있고, 3015함은 나가있다보니 지원 방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6일에는 3015함이 있을 것이다.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고려해 3015함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경찰 로고. 연합뉴스

해양경찰 로고. 연합뉴스

천안함 조화 수거 놓고 보훈처 사과

국가기관의 미흡한 조처에 유족들의 가슴이 멍드는 일이 또 있었다. 지난달 ‘제6회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기념식이 진행된 뒤 서해수호 55용사 묘역에 설치됐던 문재인 대통령 명의 조화(꽃바구니)가 당일 철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은 페이스북에 "아침 일찍 유가족분에게 연락이 왔다. '준영아 이런 일은 처음이다' '하루 만에 조화를 다 치울 수가 있니'"라며 철거 전후 사진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국가보훈처는 지난 5일 "유족분들께 사전에 설명을 드리지 못한 채 (꽃바구니를) 수거해 오해가 발생함에 따라 대전현충원장이 천안함 유족회장 등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묘역 내 대통령 입식 화환과 꽃바구니에 대해 유족 측의 의견을 반영해 관리해 나가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했다.
 

"책임 다하는 것이 국가적 책무" 

사회적·국가적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려는 보다 세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유족들의 입장에 공감했다면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라도 선뜻 문제가 되는 배를 보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 교수는 “해경이 당시 상황을 유족들에게 미리 설명하고 이해를 요청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양쪽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했어야 하는 문제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알게 됐다면 사과를 하고, 유족들에게 정중하게 예를 표하는 자세와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게 국가의 책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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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