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민심 흔들릴라" 정관계 총출동…LG·SK 분쟁 타결 막전막후

배터리 분쟁을 벌이던 LG와 SK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합의했다. SK가 LG 측에 2조원 상당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국내외 모든 소송 취하와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연합뉴스

배터리 분쟁을 벌이던 LG와 SK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합의했다. SK가 LG 측에 2조원 상당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국내외 모든 소송 취하와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극적인 합의를 이룬 배경에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와 조지아주(州) 정관계 인사들의 치열한 물밑 작업이 있었다고 미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SK 배터리 공장의 일자리 2600개가 사라질까 우려한 미 행정부와 조지아주 정관계 인사들이 막판까지 협상 타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주는 이번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에선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준 전략 지역이라 미 행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앞서 미 민주당은 지난 1월 5일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차지였던 조지아주 상원 의석 2석을 모두 차지했다. 조지아주의 변심 덕에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부양안’ 등 핵심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특히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사로 꼽히는 인물은 민주당 소속 존 오소프 상원의원(조지아주)이다. 그는 11일(현지시간) 협상 타결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하며 긴박했던 막판 물밑 조율 과정도 소개했다. 
 
민주당 소속 존 오소프(왼쪽) 상원의원과 라파엘 워녹(오른쪽) 상원의원은 11일(현지시간) SK-LG 합의 이후 "조지아주 일자리 2600개를 지켰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존 오소프(왼쪽) 상원의원과 라파엘 워녹(오른쪽) 상원의원은 11일(현지시간) SK-LG 합의 이후 "조지아주 일자리 2600개를 지켰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이 열흘도 남지 않은 지난 2일까지도 LG와 SK의 협상은 교착 상태였다. 이날 오소프 의원은 워싱턴DC에서 SK 측 임원과 3시간 넘게 만나며 협상 타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지아주 지역 매체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조지아주 대부분 정치인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 상황에서 오소프 의원은 거부권 요청보다 양사의 합의를 직접 중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전했다.
 
오소프 의원과 SK 측 임원과의 면담 이후 두 회사는 주말 동안 협상을 재개했다. 오소프 의원은 5일에는 LG 측 임원을 만나 다시 타결을 촉구했다. 양사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결정에 비토권 행사를 요구하며 협상 타결을 압박했다.  
 
미 행정부에선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직접 나서 양사 경영진과 십수번 통화를 하며 중재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결국 양사는 지난 9일 막판 협상에 들어갔고 이튿날까지 회담을 이어간 끝에 극적으로 타협했다. SK가 LG에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국내외 모든 소송 취하와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LG가 지난 2019년 4월 ITC에 SK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지 713일 만이다.
 
‘LG 대 SK’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일지 그래픽 이미지.

‘LG 대 SK’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일지 그래픽 이미지.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양사의 이번 합의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미 무역법을 어기면서까지 경합주의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곤란한 선택에서 벗어났다”며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ITC 결정이 유지됐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의 일자리를 잃었다는 공화당원들의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LG의 손을 들어준 ITC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공세를 펴며 강조해 온 지식재산권 보호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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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