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ㆍ중, 美-동맹 이간질…김정은, 핵 보유국 용인 기대”

미 정보 당국이 미국과 동맹국 간 사이를 벌리기 위한 중국과 북한의 이간질 시도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미 국가정보국이 내놓은 2021 위협 평가 보고서 표지.

미 국가정보국이 내놓은 2021 위협 평가 보고서 표지.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27쪽 분량의 ‘2021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에 대한 다양한 위협요인을 분석했다. 국가별 위협을 분석하며 중국-러시아-이란-북한 순으로 기재, 중국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차안에서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차안에서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간질’ 우려, 사실상 한국 염두 뒀나

특히 보고서 중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서술하는 앞머리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이 있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워싱턴과 동맹ㆍ파트너 사이를 이간질하고,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에 유리한 새로운 국제 규범을 조성하려는 범정부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역내 안보환경 지형을 다시 그리고, 워싱턴과 동맹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한 공격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예로 들었다.
두 부분에 모두 등장하는 ‘이간질하다(drive wedge)’는 표현은 이란이나 러시아 관련 부분에는 없다. 외교가에서는 북ㆍ중 공통으로 이간질의 대상이 되는 미국의 동맹은 사실상 한국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그간 취해온 미ㆍ중 간 전략적 모호성과 남북관계 개선 우선 위주의 정책 운용 때문이다.  

위협 주체 ‘김정은’ 특정, 직함 안붙여

‘북한의 도발적 행동들’이라는 제목의 북한 위협 분석 첫머리에서 보고서는 주어를 ‘북한’이 아닌 ‘김정은’으로 특정했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이라는 식이었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은”으로 표현했다.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뉴스1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뉴스1

뒷부분에는 “북한은”이라는 주어로도 서술했지만, 상당수 문장은 “김(Kim)은”으로 돼 있다. 위원장(Chairman)같은 직함도 붙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협을 가하는 유일한 책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표현 자체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측면도 있다. 보고서는 북한을 지칭할 때도 공식 국가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아니라 ‘북한(North Korea)’으로 불렀다.

"김정은, 핵=최종 억지력 인식"

이번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 마무리를 앞두고 발표된 것이라 더 관심을 모았다. 보고서는 “우리는 김(정은)이 핵무기가 외부 개입에 맞서는 최종적 억지력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승인과 존경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서술했다. “현 체제에 대한 압박 수준이 이런 접근법에 근본적 변화를 줘야 할 만큼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면서다.
보고서는 또 “북한은 가까운 미래에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에 여전히 매우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은 탄도미사일 연구ㆍ개발에 매진 중이고, 평양의 생ㆍ화학무기 개발 노력도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핵 보유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용어의 선택 등에서 북한의 위상을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위협의 주체를 '김정은'이라고 특정한 것은 북한 주민과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분리를 시도한 것으로, 대북 정보 유입 등을 통한 접근이 예상된다”며 “‘WMD 위협이 될 것’이라고 미래형으로 표현한 것도 아직은 북한이 ICBM 기술 등을 완전히 개발하지 못했고, 핵 보유국으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일부러 선택한 표현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동급에 가까워지는 경쟁자”

보고서는 중국이 군사,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은 분쟁 지역에서의 영유권 주장 및 대만 주권 침해 등 중국의 우선권에 대한 역내 이웃국가들의 묵인을 강제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수단을 추구하고 있다”면서다.
미국 해군은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2척이 합동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

미국 해군은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등 2척이 합동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

또 중국을 “동급에 가까워지는 경쟁자(near-peer competitor)”로도 표현했다. 한국이 신남방정책과 연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해서는 “베이징은 해외에서 중국의 경제적ㆍ정치적ㆍ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대일로 구상을 더 촉진시킬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중국이 기술 분야뿐 아니라 인권 분야에서도 새로운 규범을 만들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ㆍ하원은 14∼15일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에 대한 위협을 평가하는 청문회를 연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이 참석한다.
유지혜ㆍ정영교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