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제도권 파고든다···美코인베이스 14일 나스닥 상장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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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자본시장을 파고드는 암호화폐의 기세가 거세다. 곧 새로운 승리의 역사도 쓰일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이 "암호화폐 지지자의 기념비적인 승리"라고 평가할 정도다.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이미 달아오른 암호화폐 투자 열기를 더 뜨겁게 할 호재다. 시장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상장을 하루 앞둔 13일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개당 6만3000달러를 넘었다. 전체 암호화폐 자산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세계 최대 주식인 애플의 시가총액(2조2570억 달러)을 넘어설 태세다. 
 
6만3000달러도 넘은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6만3000달러도 넘은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상장하면 시가총액 1000억 달러 넘는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포춘 웹사이트 캡처]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포춘 웹사이트 캡처]

코인베이스는 중국 바이낸스에 이은 세계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미국 최대 거래소다. 자산규모는 2230억 달러다. 전체 가상화폐 시장의 11.3%를 차지한다. 에어비엔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골드만삭스 출신 프레드 에샘이 2012년 만들었다.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입성에 이르게 된 원동력은 지난해 다시 불붙기 시작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다. 거래가 많아지면서 코인베이스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13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9년(5억3400만 달러)의 2배로 뛰었다. 올해는 1분기 매출만 18억 달러에 이르며 지난해 매출을 이미 뛰어넘었다. 
코인베이스 영업실적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인베이스 영업실적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상장 하루 전인 13일(현지시간) 코인베이스의 준거가격은 250달러다.  준거가격은 장외 가격과 투자은행들의 투입 규모를 반영해 거래소가 제시하는 기준가일 뿐이다. 이를 통해 추산한 시가총액은 650억 달러 정도다. 
 
실제 몸값은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이 상장 후 9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트레이딩 기업인 서스퀘하나는 코인베이스의 예상 시총을 960억~1080억 달러로 전망했다.
 

코인베이스 상장, 암호화폐 산업 이정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은 암호화폐 시장에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높은 변동성으로 투기성 자산이란 평가에도 제도권 금융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 CNBC가 코인베이스 상장을 “암호화폐 산업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한 이유다. 
 
업계에선 코인베이스가 뉴욕 증시에 발을 딛는 것 자체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플랫폼 루노의 마커스 스와너폴 최고경영자(CEO)는 “(코인베이스 상장은) 업계에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하면 수많은 암호화폐 중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거래소는 암호화폐 가격이 아닌 거래량만 많으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변동성 위험을 줄이며 가격 급등에 따른 과실만 딸 수 있는 셈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는 현재 45개 이상의 암호화폐를 거래 수단을 다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韓 두나무의 나스닥 진출 관심도 커져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테블릿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테블릿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코인베이스가 증시 입성의 문을 열면서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의 뉴욕증시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미국 내 라이벌인 크라켄은 2022년을 목표로 나스닥 상장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인 이토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우회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한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나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영향으로 두나무에 투자한 한화투자증권과 카카오도 주목을 받으며 최근 주가가 뛰기도 했다. 

 

“거래 수수료가 매출의 86%, 위험 요인”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시장에 큰 충격이 생기면 거래량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90배가 넘을 정도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며 “암호화폐 시장이 위축될 경우 수익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인베이스 매출 비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인베이스 매출 비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거래 수수료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편중된 점도 약점이다. 코인베이스의 매출은 86%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온다. 임지용 연구원은 “코인베이스는 10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할 때 수수료가 3.49달러로 경쟁사인 크라켄(1.5달러), 비트스탬프(50센트)에 비해 비싼 편”이라며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화폐 발행을 추진 중인 각국 중앙은행의 견제도 위험요인이다. 한대훈 연구원은 “미국 정부 등에선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도전하고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 질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계속 보인다면 코인베이스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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