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랜토스 인권위 “한국 정부 조치로 시민 권리 제한 우려 나와”

미국 하원 산하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5일 오후 11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관련 청문회를 연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문제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인권·민주주의 이슈 전반이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2011년 2월 탈북민 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2011년 2월 탈북민 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모습 [중앙포토]

이번 청문회의 주제는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청문회 예고글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취한 일부 조치로 인해 표현의 자유 등 특정한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제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내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언급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자유권 규약'으로도 불리며 세계 인권선언에 법적 효력을 불어넣은 개념이다. 한국과 북한 모두 자유권 규약의 당사국으로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청문회에서는 한국의 전단금지법이 과연 자유권 규약을 침해했는지, 침해를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최소한으로 그 범위를 제한했는지 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제법을 전공한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자유권 규약에는 타인의 권리 존중, 국가안보, 공공질서를 위해선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그 경우에 있어서는 최소한도로 제한하도록 해석하는 것이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북전단법 이외의 한국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도 사실상의 의제다. 미국의 소리(VOA)는 15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청문회에서 대북전단 문제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 실태 전반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공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등 한국 정부의 대북 활동 제한을 지적했을 뿐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성추행 사건도 거론했다.
 
이번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6명 중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고든 창 변호사 등은 과거에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냈고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꼭 전단금지법이 아니더라도 현 정부의 정책에 있어서 한국 국민 혹은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면 가감없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북 관여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이들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또한 특히 막판에 증인으로 추가된 전수미 변호사는 지난 2005년부터 북한인권단체에서 전단 살포 등 활동을 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대북단체의 자금 횡령 의혹과 성폭행 사건을 폭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도 관련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왕에 미 의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 청문회가 열리게 됐고, 게다가 증인도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인사로 구성된 만큼, 역설적으로 미국 의회 내 뿌리 깊게 자리잡은 냉전 시대의 대북 접근법을 재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 청문회 관련 증인 목록.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 대한 시사점’ 청문회 관련 증인 목록.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의결 권한이 없어 청문회의 결과물이 의회 결의나 입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를 도화선으로 추가적인 하원 차원의 입법 조치나 예산 확대 논의가 시작될지가 관건이다. 앞서 미 국무부는 "한국은 독립적이고 강한 사법부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 법을 재검토할 수 있는 수단이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13일 보도했다. 향후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향해 전단법 철회 내지는 수정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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