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법은 反BTS 풍선법"…격론 벌어진 미 의회 청문회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 하원 톰 렌토스 인권위 청문회에서 크리스 스미스(공화) 의원은 "한국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 하원 톰 렌토스 인권위 청문회에서 크리스 스미스(공화) 의원은 "한국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

미 의회 하원 산하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화상 청문회를 열었다.  
 
그동안 이 인권위에선 중국의 종교 자유, 나이지리아 학살 등 전 세계 인권 문제를 두고 수시로 청문회를 열었다. 한국이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맞춰 열린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번 청문회의 공동 의장을 맡은 크리스 스미스(공화)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이 법에 '반(反) 성경·BTS 풍선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북한으로 종교 정보나 한국 대중음악이 유입되는 것을 이 법이 막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고 핵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북한과 중국의 인권에 대해 오랫동안 해 온 약속에서 물러섰다고 비판했다.  
 
한국계인 영 김(공화) 의원도 "상호 양보할 의도가 없는 정권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비용을 치를 수 없다"면서 "한미 양국이 침묵함으로써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스미스 의원은 "이번 청문회가 한국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마련된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개최 시기에 대해서도 지난주 한국에서 치러진 보궐선거 이후로 잡다 보니 이날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토론은 전단금지법 문제를 넘어 문재인 정부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인 고든 창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외교정책을 중국·북한과 나란히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의 인권이 잠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나온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는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계획되고 잘 연출된 혁명으로 인한 것"이라며 "촛불 혁명도 기획자들과 흥분한 언론에 의해 퍼졌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 하원 톰 렌토스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제시카 리 미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전단 살포 억제는 1972년부터 보수, 진보 정권 모두 추진했던 것인만큼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

1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 하원 톰 렌토스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제시카 리 미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전단 살포 억제는 1972년부터 보수, 진보 정권 모두 추진했던 것인만큼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

반면 제시카 리 미국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의회에서 이런 논의가 진행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이 전단 문제에 개입하려면 한반도 평화나 안정과 연결지어야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정치 이슈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전단 살포 억제는 적어도 1972년부터 한국의 보수·진보 정부 모두 추진했던 것이라면서 전단 금지법을 둘러싼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수미 변호사는 이미 북한에는 외부 세계의 정보를 취할 다양한 수단이 있다며 대북전단의 효용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도 "일부 탈북자들이 계속 전단을 보내는 것은 기자들을 불러모아 공격적인 인권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인권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의회 내 기구다. 법안이나 결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임위는 아니지만, 양당 의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의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민주당 쪽 공동 의장을 맡은 제임스 맥거번 의원은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법에 대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도 "개인적으로 한국 국회가 법안의 수정을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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