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긴 건 혈흔뿐…목격자도 CCTV도 없는 부산 등산로 살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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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시약산 등산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16일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과학수사팀, 강력팀 등 9개 팀을 투입해 전방위적으로 수사 중”이라며 “등산로 입구에 폐쇄회로TV(CCTV)가 없고, 목격자도 없어 기초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져…원한 관계 소행인 듯 

이번 살인사건은 지난 3일 오전 6시쯤 부산 서구 시약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체육공원에서 발생했다. 70대 남성 A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했다. A씨는 과다출혈로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집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평소에도 자주 이 등산로를 오갔다고 한다.  
 
범행 장소와 시각이 명확하지만, 경찰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산에는 산불 감시초소가 10여곳 있지만, 초소와 등산로 입구 모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 또 새벽 시간에 발생해 목격자가 없다. 경찰은 사건 발생 시각 전후로 등산로를 오간 이들을 상대로 탐문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은 단서를 찾기 위해 A씨 몸에 남은 혈흔과 등산로 길바닥에 묻은 혈흔 형태를 경찰청 과학수사과에 의뢰해 분석 결과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범행 장소가 야외여서 혈흔 형태 분석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등산로.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등산로.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경찰 사건 공개 안 해…“증거 인멸 우려”

수사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경찰이 보안을 이유로 사건 발생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불안을 느낀 주민 제보를 받은 언론이 지난 10일 경찰에 확인 요청을 하기 전까지 경찰은 7일 동안 사건 발생을 알리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 등산로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초기에 공개되면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어 비난을 각오하고 공개하지 않았다”며 “등산로를 폐쇄하면 불안감이 커질 것 같아 등산로도 폐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살인사건은 연쇄살인범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수차례 흉기로 찌른 것으로 보아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되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