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힘실어줄판에 웬 기모란…정부, 백신수급부터 힘써라"

19일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에서 장애인 돌봄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19일 서울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에서 장애인 돌봄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난으로 정부 백신 전략이 위태로운 시점에 방역 컨트롤타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깜짝 임명한 초대 ‘방역기획관’ 인사 때문이다.    
 
야권에선 신임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두고 연일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의료계에선 이번 인사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얼마나 안일한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에 형식적인 기획관 자리 하나를 늘릴 게 아니라 질병관리청이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며 “정부는 다른 일은 다 젖혀두고 우선 백신 수급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위인설관…꼬리가 머리 흔드는 격”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지난 2월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지난 2월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청한 한 예방의학 전문가는 이번 인사를 두고 “전형적인 위인설관(필요도 없는데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직책이나 벼슬을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 질병청을 컨트롤타워라고 앞세웠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제라도 가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인 정은경 청장에게 지휘봉을 완전히 맡겨야 하는데 청와대에 새롭게 자리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기획관이 직접 지시를 하거나 판단하기 시작하면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획관 한 자리 늘려서 정부가 방역에 더 관심 갖게 되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옥상옥처럼 기획관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무원들은 몸을 사리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소신있는 정책 결정을 하려면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생활방역위원회나 예방접종자문위원회 등 전문가 회의가 지속돼 왔어도 무슨 내용을 논의했는지, 역할과 책임이 무엇이었는지 투명하게 공개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기획관 한 자리 신설된다고 해서 방역 문제가 얼마나 해소되겠냐. 차라리 대통령 산하에 직속 자문가 자문위원단을 만들어 소신 있는 판단을 맡기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질병관리청을 독립시켜 외청으로 만들고, 감염병 분야에 경험 많은 정은경 청장을 앉혔으면 전권을 주고 일을 하게 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아도 질병청 내부에서 ‘위에 눈치 보기 바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앞으로 더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백신 수급부터 앞장섰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김성태 기자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방역보다 백신 수급에 앞장서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년간 백신 계약부터 접종까지 모든 업무를 질병청에 일임해왔다. 대통령 혹은 총리의 지휘 아래 외교부와 산업부, 정보기관까지 나서는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한 외국에 비해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백신 수급 지연 문제가 본격화된 이번 4월에서야 ’범정부 백신도입 TF 팀을 꾸렸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TF 팀장으로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각 부처 관계자가 참여한 기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지부 차원을 넘어 대통령 혹은 총리 직속 TF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한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각 부처가 속해있다고 하더라도 이 기관들을 조율하려면 상위 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청와대나 총리 산하로 격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정부 TF가 신설됐지만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 건지 정책 결정 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렇게 되면 다들 불안해하고 불신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은 국민들이 협조를 잘 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좀더 강화하고 위반한 것에 대해 강력한 조치 취하면 된다"며 "지금 최우선으로 정부가 고려해야할 건 백신 수급이다. 하반기에도 백신을 못맞으면 경제 회복이 불가능해진다"라고 지적했다.  
 
마 부회장은 "지금 제일 급한건 화이자·모더나 백신 물량을 당겨와 집중적으로 접종하는 일이다. 거리두기 개편이 급한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기모란 방역기획관, 정치적 편향성·자질 논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의료계에선 기 방역기획관의 정치적 편향성과 자질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재욱 교수는 “기 교수는 그동안 정부 입장에서 진영 논리에 따라 의견을 많이 낸 전문가라는 건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부를 도와주기 위해 간 것인지 전문가 역할로 간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전문가 역할로서 간 것이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50여 차례 출연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수급 관련해 “화이자ㆍ모더나는 가격도 훨씬 비싸기 때문에 굳이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국내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생산시설에서 백신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해외처럼 수급 불확실성이 크진 않다”는 등의 발언을 해 자질 논란이 일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른 부처들이 정 청장 지휘에 따라 협조를 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조력자 역할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